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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Nov 14. 2023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중순 산속 캠핑

남양주 오남읍 팔현캠프

 올해 초 심심하다고 찾아와 텐트 안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놀다간 친구 둘이 있었다. 그날 캠핑에 큰 흥미와 관심이 생겼고 여러 가지 생각을 거쳐 캠핑을 시작했다. 그 친구 둘과 겨울이 시작되던 11월 11일부터 1박 2일 남양주에 팔현캠프를 찾았다. 최저기온은 영하 4도, 최고기온은 9도로 겨울은 이미 시작된 시기였다.


 4월 친구들이 왔을 때 추운 밖과 다르게 따뜻한 텐트 안의 난로에 매력을 느꼈었기 때문에, 영하의 추운 일기예보가 반가웠다. 밖이 더 추울수록 텐트 안은 더 따뜻하고 포근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캠프사이트에 가기 전 추위를 기대했고, 출발하는 날 아침 기대했던 추위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캠프사이트에 도착했을 때 도시보다 낮은 체감온도에 기분이 들떴다.





 팔현캠프는 잣나무가 울창한 산에 위치해 있다. 사이트 구분 없이 어디든 자리를 잡으면 되는 곳이고, 우리는 경사가 없는 지면을 찾아 한참을 고민했고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짐들을 풀어 자리를 잡았다. 일찍 출발해 허기졌던 우리는 간단하게 먹을 점심으로 라면을 준비했다. 추운 날 산속에서 끓여 먹는 라면은 특별했다.


 그리고 우리는 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이 쓸모없고 실없는 이야기들이라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즐거웠던 감정들은 선명하게 기억나는 오후였다. 불을 피우고, 짐을 마저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그리곤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며 또 실없는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나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좋아했기에 원두를 갈고 드리퍼를 준비하고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준비하는 동안과 커피를 마시면서 끝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사람은 세명인데 다섯 개의 라면을 끓이는 친구들을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각하고 원인을 찾기 위한 대화도 조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저녁은 안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이 오고 배는 다시 고파졌다. 화목난로 오븐에 닭다리를 익히고 숯불에 등갈비를 구웠다. 나는 친구들이 오늘 섭취할 탄수화물을 점심에 모두 섭취해서 저녁엔 단백질 위주로 접근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친구는 밥준비를 깜빡하는 바람에 고기만 먹어야겠다고 하며 지금이라도 밥 또는 라면 사러 다녀와야 하나 끝없이 고민했다.


 저녁과 함께 가볍게 맥주 한잔 하는 동안 산속의 밤은 깊어갔다. 저녁에도 별의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역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주제나 소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후와 마찬가지로 즐거웠던 감정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잘 준비를 했다. 난로를 켜고 침낭을 준비하고 공기 순환을 위한 장치들을 점검했다. 산속의 밤은 더 깊어갔다.


 우리는 중학교 때 서로를 알게 됐다. 같은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닌데 어찌해서 친구가 되었고, 친해졌다. 우리가 살던 곳은 수원이었는데 지금은 한 친구만 수원에 아직 살고 있고 그마저도 다음 달이면 이사를 간다고 한다. 나는 직장을 옮기며 혜원이와 함께 인천에 와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 꽤 오래 캠퍼였던 친구는 적당한 때에 결혼했고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는 갖지 않을 예정이다. 그리고 다른한친구는 아직 미혼이다. 어릴 때는 공통점이 많았는데 이제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잠자리를 준비하고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쉴 새 없이 일관성 있게 쓸데없고 실없는 소리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다.





 잠자리는 따뜻했고 포근했다. 다음날 아침은 전날보다 조금 더 낮은 기온인 것 같았다. 해가 뜨기 전 우리는 모두 일어나서 커피를 준비했다.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동안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회고했다. 친구의 패딩이 화목난로에 닿아 녹아내렸고 밤부터 아침까지 녹아내린 패딩에 대해 놀렸다. 아마도 앞으로 한 몇 년은 놀릴 듯하다.  커피를 마시며 또 실없는 소리를 이어가며 옷을 입고 신발을 신었다.





 바깥에는 많은 것들이 얼어있었다. 워터저그의 물들도 얼어있었고 버린 생수도 그대로 얼어있었다. 겨울이 왔음을 좀 더 실감할 수 있었고 친구는 화목난로덕에 패딩을 잃었다. 이번 여행에 처음 입고 나온 옷이라고 한다. 추우니 본인은 밖에서도 침낭 속에 있어야겠다고 했던 것 같다.


 내린 커피는 밖에서 금세 식었고 날은 추웠다. 다시 텐트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나와서 짐들을 정리하고 다시 들어가 녹이고를 반복했다.




 짐정리를 마치고 테트리스도 마쳤다. 이틀간의 즐거웠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아쉬웠다. 서로가 나눈 대화들은 모두 하찮은 것들이라 잘 기억나지 않겠지만, 그 시간들은 소중한 것들이라 잘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커서 서로 공통점이 잘 없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 놀기를 원하고,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함께하길 원할 것이다. 그렇게 나이 들어가겠지.


 캠핑하는 동안 혜원이와 딸 생각을 했다. 보고 싶기도 했고 함께 왔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겨울캠핑은 어떨까 생각도 잠시 해봤다. 추운 겨울 난로를 켜고 침낭 속에 숨어 있다 호기심에 나가는 딸을 붙잡고, 너무 추워 침낭으로 뛰어 들어오는 딸을 상상했다. 혜원이와 텐트 안에서 뒹굴거리며 한 끼는 그냥 사 먹을까? 하는 대화도 하고.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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