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시작한 첫 해가 끝나간다. 시작 전 가지고 있던 기대들은 모두 예상대로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었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멋진 순간들도 있었다. 가지고 있던 걱정들은 우려대로 어려움이 되기도 했고, 괜한 걱정이었던 것들도 있다. 즐거움과 행복의 크기가 어려움의 크기보다 훨씬 컸고 내년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하기에 우리 가족은 계속 캠핑할 생각이다.
처음이라 많은 것들이 낯설고 어설펐다. 그럼에도 매 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던 이유는 처음이라 낯설었고 어설펐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많은 취미들이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즐거움과 행복감을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해진다고 생각한다. 늘 시작한 시기를 돌아보며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랬기 때문에 행복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초기엔 아무것도 모르기에 마냥 즐거울 수 있고, 알아갈수록 아쉬운 부분이 눈에 밟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게 아닐까 한다.
언제고 처음처럼 그저 즐겁기 위해 집중해야 할 것은 아마도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일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위해 반대로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 중이다. 첫해 느낀 좋은 감정들과 추억들이 처음이라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 아닌,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크게 다가오는 것들이길 희망한다.
캠핑을 하며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겪게 된 소중하고 선물 같은 순간들이 많다. 처음 만난 자연환경 덕분인 것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가족들의 모습 덕분인 것들도 있었다. 직접적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가족이 밖에 나가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내는 취미를 선택한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그 순간들 마다 그 당시에 느낀 감정들과 장면들을 잘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흐릿해진 순간이 많다. 지금 당장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순 없더라도, 언제든 연관된 것들을 통해 갑자기 떠오를 수 있는 연쇄 기억으로 머릿속에 남아있길 바란다. 그래서 우연히 리마인드 되고, 다시금 그때 그 느낌과 장면들을 기억으로나마 떠올릴 수 있도록.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도 생겼다. 사는 곳 근처의 캠프 사이트에서 지낼 때인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아내와 딸은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나만 남았을 때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어쩔 때는 계획을 하고, 어쩔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있는데, 그 시간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는다. 집이 아닌 바깥인 덕분이기도 하고, 형광등이 아닌 모닥불과 가스랜턴 불빛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
내년엔 두 가지 계절에 더 잘 적응해 봐야겠다고 생각해 봤다. 여름과 겨울이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여름은 어렵겠다는 결론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두려워하는 곤충에 대해 적응 또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기에는 올 한 해만 해도 충분했다. 겨울은 아내와 딸의 적응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도구들과 방법들을 생각 중이다. 내년에는 겨울 적응을 통해 가족 캠핑 시즌을 좀 더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