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 올레길 (10-1코스)

홀로 걷는 제주 섬(島) 437km, 27개 코스

by 밤안개

가파도

가도 가도 가도

보고 싶은 섬, 가파도

돌고 돌고 돌아

언제나 낯선 섬 가파도

빨 노 파 또 빨 노 파

그리고 말려서 또 그렸다.

너는 꽃이 된다. 곧 섬(島)이 된다.


늦봄, 청색 보리

여름, 분홍 바늘꽃

가을, 노랑 코스모스

겨울, 갈색 갈대


언제 오더라도

가파도는 사람을 반긴다.

파전에도 쑥, 방풍, 부추가 들어간다.

가파도는 늘 사람을 좋아한다.

온통 사람을 낸 벽화다.


안녕, 섬(島)아!

나는 곧 여기를 떠나야 한다.

그럼 그때까지

그리워질 내 작은 섬(島)이여, 안녕.

(2025. 9. 14)



2025년 9월 14일 일요일

다시, 올레 길을 걷습니다. 9월 1일부터 11일간 이탈리아 중부를 아내와 여행 후 25일 만에 제주의 길 위에 섰습니다. 낯설고 새롭습니다. 9월 12일 육지에서 혼자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참 이상하네요. 어디선가 누군가 나올 것만 같고, 누군가 앉았던 자리에 앉는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함께 있어야 안정감이 드는 것 같습니다.


협재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사람을 맞이합니다. 바다만이 혼자 있는 사내의 친구가 되어주네요. 오늘 도보자는 올레 10-1코스를 걷습니다. 가파도입니다.


07시 48분, 모슬포(운진)항에서 9시에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기 위해 이제 막 202번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다시 길이 열립니다.


가파도 가는 배에 승선하면서 예배를 드립니다. 출애굽기 22장 1~15절 말씀을 통해 목사님은 관계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라고 전해 주십니다. 설교를 듣지 않는 분들은 이해하기 힘든 제목이지만, 제게는 깊이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부모, 형제, 친구, 동료 우리가 아는 모든 이들과 벌어진 문제를 푸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돈을 쓰는 것'입니다. 기도로, 말로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내 손을 펴서 내가 움켜쥔 것들을 내어 놓아야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귀한 것이 있을까요? 평안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요? '주님, 돈으로 언제든 사람과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제게 돈을 주시옵소서. 제게 많은 돈을 갖게 하셔서 그 돈으로 다 문제해결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손바닥을 늘 펴고 살게 하옵소서. 아멘'


9시 배를 놓치고, 10시 배를 탔습니다. 배는 10시 15분에 가파도 상동포구에 도착했습니다. 주일이라 관광객들이 꽤 많네요. 도보자는 10시 30분 가파도를 한 바퀴 도는 올레 10-1코스를 시작합니다. “이 길 위에 축복이 있기를”


길은 섬의 우측으로 돕니다. 15분쯤 지나 보름바위를 만납니다. 이 바위에 오르는 것은 금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태풍이나 강풍이 불어와 큰 재난이 생긴다는 전설 때문입니다. 일부로 만든 건지 약간 의심이 드네요.

일몰코지 앞에 서 있습니다. 여기는 많은 사진작가들이 수평선 너머 기울어지면서 불타는 노을을 가장 아름답게 보거나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건너편 보이는 섬이 바로 마라도입니다.


가파도는 돌담이 예술입니다. 담을 쌓은 돌 하나하나가 모두 수석입니다. 돌과 이야기하면 가파도의 역사를 모두 전해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 끝에 연인이 걸어갑니다. 저들의 걸음 위에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가을입니다. 온통 노랑 코스모스 밭입니다. 섬에서 또 섬이 보이는 아름다운 가파도입니다.


어멍, 아망 돌입니다. 엄마, 아빠 바위라는 뜻 같습니다. 역시 바위 위에 올라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 섬이 어딘지 궁금했습니다. 가파도에서는 6개의 산이 보인다고 하네요.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을 볼 수 있습니다. 오직 영주산만은 볼 수 없습니다.


제단(짓단)입니다. 마을에서 제관 8~9명을 선정한 후 2박 3일 숙식하며 제물을 날 것으로 진설하고, 국가와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사당인 집을 '짓단 집'이라 하고, 그 집이 있던 밭을 '짓단 밭'이라 불렀습니다.


돈물 깎은 바닷가의 '샘 끄트머리'라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돈물'은 담수를 일컫는 제주어로 짠물과 대비되는 말입니다.


가파도를 천천히 한 바퀴 다 돌아도 1시간 35분 정도 걸렸네요. 그래서 모슬포항에서 왕복승선권 끊을 때 10시&12시 표가 한 세트로 되어 있었나 봅니다. 가파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4~5월 청보리가 섬을 아름답게 펼쳐 있을 때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은 노랑 코스모스가 좋습니다. 노랑꽃, 붉은 길, 파란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이 사는 여러 색의 집을 보는 것 만해도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그 아이가 사내애라면 저는 송악산으로 데려가고 싶습니다. 그 아이가 여자애라면 가파도로 데려오고 싶습니다. 그 애들에게 힘찬 바다와 아름다운 바다를 각각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도보자는 지금 파전에 라면을 먹고 있습니다. 일부로 손님이 아무도 없는 집을 찾아들어왔습니다. 이 집 마당에 노랑 코스모스가 화분에 핀 것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야외 식탁에서 최고로 편한 식사를 합니다. 꿀맛입니다.

올레10-1코스_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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