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출근길 인마이백에 꼭 들어있어야 할 두 가지 필수품에 관하여
당신의 오늘 출근 가방 인마이백 컨텐츠를 찍는다면 그 한 컷은 어떤 모습일까. 짐 무겁게 많이 가지고 다니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는 사원증, 카드지갑과 파우치, 에어팟 정도 넣어 출근 짐을 싼다. 가끔 출퇴근길에 곁들일 책 한 권 정도 더하는 정도지 큰 빅백에 이 상황 저 상황 다 대응하기 위한 바리바리 짐 싸기는 지양하는 편이다. 평소에도 짐은 단출하게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가뜩이나 무거운 마음으로 왕복하는 그 길을 물리적인 무게까지 짐처럼 이고 다니기 싫어서인 것도 같다. 어릴 때 책가방을 대충 싸거나 학교 가는 데 필통을 빠트리거나 했을 때 어른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를 빗대며 나무람을 주곤 했었다. 교과서 진도 나가고 문제집 푸는 게 다인데 전장의 장수를 빗대는 레퍼토리가 어린 그 당시에도 좀 과해서 웃기다고 생각했다. 펜 한 자루 정도야 짝꿍한테 빌리거나 서랍에 굴러다니는 거 쓰면 되는데 하면서 말이다. 여튼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 컬러풀한 필기구와 노트 대신 아이브로우와 틴트를 꽂은 파우치와 용처에 따른 카드가 빼곡한 지갑을 들고 회사 그리고 집을 오가는 요즘이다.
사실 회사 다니는데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따로 있다. 백팩이든 에코백이든 가방에 절대 담을 수 없고 모자란다고 어디 돈 주고 살 수 없지만 이 곳에서 생존하고 버텨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출근 준비물 말이다. 직장생활 10년 차, 삼십 대 직장인으로 현시점 가장 중요한 준비물을 골라보라고 하면 주저 없이 나는 눈치와 체력을 챙길 것이다.
#삼십대의 출근 준비물 1/ 앞 포켓에 눈치
일머리란 소리를 자주 듣는다. 긴 가방끈과 호환되지도 않으며 야속하게도 일한 시간이나 경력과도 크게 시간적 비례를 갖지 않는 골 때리는 존재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데 심지어 그가 일터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더욱 견고한 형태로 굳기 쉽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만 잘 배워 혼나지 않으면 그만인 저연차 시절엔 실무에 필요한 역량 갖추기에 여념이 없어 진지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내 코가 석자인지라 얼른 덜 물어보고 덜 실수하고 하루라도 빨리 성과 비슷한 걸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가끔 선배들 술자리에서 펼쳐지는 캐릭터 열전을 듣다 보면 으레 한 꼭지는 출신 대학 무색하게 일을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일갈이 이어진다. 좋은 학벌이 사무실에서의 성과와 연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나조차도 회의에서 벙찔대로 벙찐 어떤 자의 길고 화려한 가방끈을 뒤늦게 전해 듣고 헉하다 싶은 반전의 감정을 느낀 적이 왕왕 있다. 대체 그 머리로 공부는 어떻게 했대 싶은 그런 감정 말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씩 후배들이 생겨나자 또 새로운 경험들이 이어진다. 나만 잘하면 그만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 나의 성과에 부사수의 똘똘함과 케미가 합산되기 시작한다. 내가 그를 잘 가이드해서 끌고 나갔을 때 나의 일도 편해지고 내 위의 상사도 편해진다. 나의 업무 하나로만 평가받던 지표에 한 축이 더 생겨나는 기분. 세대 차이나 일하는 방식, 스타일 다 떠나서 이때 느낀 포인트는 일이란 건 결코 가르침으로 다 할 수 없는 어떤 영역이 분명 존재한단 점이다. 일은 공부나 지식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형질을 띤다. 일타 강사가 찝어준 핵심만 달달 외워 반복 학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는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 조직에서 일 제일 잘하는 사람이 한 해 목표를 후학 양성에 두고 온 진심과 정성을 다해 끼고 가르친다 한들 그 성과는 균일하지 못할 것이다. 일터에서의 사람 간의 화학작용이 그러하고 일등이 가르친다 한들 바로 전수되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또 일이란 것의 본질 같다.
단순히 A는 B로 적용, C가 나오면 D의 과정을 밟는다 같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개념이 아니고 매번 상황과 사람과 시장이 가진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곳이 오피스 아니던가. 일머리란 그런 게 아닐까. 일 주는 사람이 문장을 다 끝내지 않아도 과거의 경험과 현재 조직이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껏 파악해 찰떡같은 상황 이해와 본인이 당장 이 방을 나가면 무얼 우선순위로 해야 할지 직감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고 과거에 실패 혹은 성공했던 사례에 갇혀 상사 혹은 동료가 무슨 맥락에서 저런 소릴하는 건지 받아들이려는 자세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있다. 더 비극은 알아듣고 싶고 잘하고 싶어 노력을 해도 영 맥락을 헛되게 짚고 마는 경우마저 있다는 현실이고 말이다. 여러 조직과 프로젝트, 그 역학관계를 거치며 느낀 강력한 팩트 하나는 어지간한 일들은 눈치 빠르고 기민한 사람이 잘할 수밖에 없단 것이다. 뺀질뺀질 사람 간의 간 보기나 미꾸라지처럼 일 덜 하려고 수 쓰는 부정적인 의미의 눈치 말고 대상이 뭐든 받은 만큼 성과를 내고 가려는 정상적인 사람의 건강한 눈치 말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의 키맨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 캐치하는 능력이 있고 그 큰 그림 속에 내가 맡은 직급에선 어떤 조치를 어떤 강도로 해야 하는 지를 직감한다. 그걸 완벽히 읽었다고 해서 선 없이 과도한 몰입과 열정을 쏟으면 그냥 나대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고 알아도 짐 지기 싫어 최소한의 소극적인 대처만 반복하면 위든 아래든 책임을 다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상황 판단 능력과 더불어 투입해야 할 에너지의 정도와 조직 내 낄끼빠빠의 수위를 조절하는 그 모든 것이 눈치의 영역이고 그것이 곧 일머리이자 직장에서의 진짜 실력인 것이다.
일을 한다는 건 결국 크고 작은 업무적 성과를 낸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 성과란 것은 모의고사나 수능처럼 점수화되기 굉장히 어렵다. 기업은 이윤을 내는 존재니 매출 같은 정량 지표는 물론 존재하겠지만 큰 조직일수록 그 길고 복잡한 과정 속에 누가 어느 만큼의 기여를 해냈는지 발라내긴 쉽지 않을 터. 결국 인사권을 쥔 자와 그를 둘러싼 동료들의 인정을 통해 입증될 일이다. 공명정대해야 할 것 같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의 과정 속에 결국 매 순간마다 전달되는 그 사람의 일하는 스타일, 이미지 등은 생각보다 본능적이다. 모든 업무의 과정뿐 아니라 반박할 수 없는 정량적인 수치까지 성과로 연결해내는 소수의 에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이런 평가의 페이지에 매번 놓여있다. 눈치 빠르게, 말 그대로 센스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상 열심히는 하는데 번지수를 자주 혼동하는 사람을 일 잘한다 표현할 수 없으며 안 그래도 할 거 많은 상사의 시간을 거듭된 설명이나 반복 지시로 할애하게 만드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눈치를 장착하면 최고의 인재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일 못 한단 소리를 들으며 고립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오피스 생존에 있어 눈치의 존재감은 너무나 중요하다. 단순히 일을 잘하고 인정받고 성과를 내는 단위가 아니라 가끔씩 다가오는 절체절명의 판단의 기로에서 꽤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일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함정카드에 빠져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분쇄하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이 도사리는 프로젝트, 조직에 엮이는 일들을 최대한 멀리하는 스킬이다. 살다 보면 한 두 번쯤은 그런 일들에 낚여 고통도 겪어보고 성장도 하고 한다지만 몇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지 매번 내가 그 희생양의 아이콘이 될 필요는 없지 않나. 눈치가 발달한 사람은 이런 대형 사고가 눈 앞, 그것도 내 책상에서 벌어지기 전에 전조 상황들을 잘 캐치하고 자기만의 탈출로를 마련한다. 뭐 내 뜻대로 항상 도망칠 순 없겠지만 사리분별없이 그냥 떡하니 이런 일들에 감기는 사람과는 그 결이 다를 것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물론이요 필요 이상으로 여기저기 험한 곳에만 돌려쓰는 막부품이 되지 않기 위한 오피스 생존 전략에 있어서도 눈치가 중요한 이유다.
#삼십대의 출근 준비물 2/ 뒷포켓에 체력
어디 돈 주고 강의라도 듣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눈치와 달리 두 번째 준비물은 그래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획득이 가능한 영역이다. 바로 체력. 건강한 육체와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겠냐 만은 커리어를 한창 쌓아가는 삼십 대, 그중 여성 동지들에게 더욱 강조하고 싶은 파트 기도 하다. 타고난 피지컬적 차이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여자보다 기초체력도 좋고 힘도 세기 마련인데 심지어 군대 라이프까지 경험한 그들의 버티기 능력과 조직생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직장생활의 자산이 된다. 여자는 여자만의 장점이 물론 있고 말이다. 그럼 해야 할 다음 단계는 가진 장점을 최대화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체력은 일하는 여성에게 정말로 중요한 능력이다. 몸써가며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야근을 지양하는 문화로 다행히 변화 중인 대한민국이라 이전처럼 엉덩이 무게로 역량을 대결하는 조직은 줄어들고 있으리라 홉플리 생각한다. 그러니 더욱더 한정된 시간 속에 성과를 보여주고 효율을 내는 것이 관건인 부분. 건강한 체력 없인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이유다.
체력은 곧 집중력이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어떤 강도로 주어진 업무에 집중력을 발휘하느냐는 그 사람의 똘똘함과 센스 이전에 온 시간을 오롯이 그 일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건강한 신체를 베이스로 한다. 면역이 극도로 떨어지고 심지어 특정한 어느 곳이 계속 불편한 상황에서 두뇌활동을 하며 상황 판단을 하고 좋은 아웃풋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심지어 출근 후 여기저기 시달리다 지쳐 퇴근하고 다시 이 루프를 반복하느라 만성피로를 디폴트로 깔고 사는 직장인의 경우 체력의 퀄리티가 업무의 퀄리티를 가른다. 모두가 피곤하고 오늘 할 일을 되도록 먼 미래의 나에게 미루고 싶은 상황에서 컨디션 좋고 체력 또렷한 사람이 같은 시간에 훨씬 더 좋은 효율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고 특정 시즌엔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직종이면 더 말할 것도 없이 그 역경의 구간에도 덜 지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보약을 먹든 운동을 하든 잘 받는 링겔을 끼고 살든 퇴근 후의 시간을 누워만 있든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부족한 체력의 공란을 채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좋은 컨디션과 건강한 체력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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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시절 두 번의 인턴 경험을 했다. 회사는 이런 곳이구나 혼자 리얼리티 찍는 기분도 들고 선배들에게 실무 교육도 받고 동기들도 얻는 좋은 경험이었다. 명함도 파고 출입증 걸고 1층 게이트를 오가는 그 느낌은 학생의 신분을 넘어 확실히 프로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뎌보는 어떤 설렘이 있었다. 그런데 충격적 이게도 현실은 다른데 있었다. 실무 경험이 전무해 일을 바로 못해서도, 비즈니스 매너가 낯설어 전화나 메일을 어버버 하는 것도, 내 아이디어가 현실 사정 모르고 붕 떠서도 아니었다. 9 to 6로 정의된 업무 시간을 사무실에서 버티는 그 자체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인턴이나 수습 기간엔 사실 조직이 내게 중대한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성 과제를 하며 잡무들을 서포트하는 일들이 대부분인데 초반에 겪었던 체력적 챌린지가 너무 충격적으로 고통스러워 아직도 기억이 선연하다.
학교 다닐 때 프로젝트하느라 밤도 곧잘 새웠고 공모전 준비할 땐 몇 달씩 일상도 포기하고 밤낮없이 기획서에만 매달려도 봤고 시험 기간엔 응당 중도에 처박혀 공부만 하는 고된 시간들을 꽤 다양하게 거쳐왔다고 자부했는데 레귤러 하게 회사 책상에 앉아 몫을 다하고 앉아있는 것 자체가 생각 외로 굉장히 힘들었다. 사회생활이 처음이니 눈치도 보이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심적으로 기 빨리는 부분도 물론 있었겠지만 기초체력이 너무 떨어져 오피스 라이프의 일상을 버틸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점심이라도 먹었다가는 쏟아지는 졸음에 죽을 것 같았고 바로 직전까지도 새벽에 과제하고 밤새 꼬물거리다 늦게 자는 올빼미 라이프에 젖어 있던 내가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을 버텨 그 후로도 근무시간을 채운다는 퀘스트 자체가 너무도 어려웠다. 집에 돌아오면 초저녁부터 쓰러져 자기 바빴고 취업 후에도 주말은 한동안 오후가 되도록 잠만 몰아잤던 것 같다. 습관은 꽤 무서운 것이어서 그렇게 아침 효율이 떨어지던 새벽형 인간인 내가 요즘은 오전 집중이 훨씬 잘 되는 직장인으로, 전 날 아무리 늦게 놀다 자도 알람 시간 즈음엔 눈이 자동으로 떠지는 세상 오피스형 인간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다름 아닌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질개선 및 체력관리의 역할이 컸다고 감히 확신해본다. 몸과 건강, 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한 챕터 따로 떼서 떠들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움직이고 주기적으로 땀을 흘리며 체력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깨달은 뒤 나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운동 그 자체에 매료되어 이젠 필요 이상으로 일상을 할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만 쨌든 주기적인 운동과 체력 관리가 가져다준 변화는 인생 전반, 특히 나의 오피스 라이프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줬다. 근력이 붙으면 이전보다 무거운 짐도 훌쩍훌쩍 잘 옮기는 등 힘이 세지는 것 못지않게 기초 체온과 대사가 올라 아침마다 찾아오는 지옥 같은 무기력감이 무마된다. 코어 운동을 열심히 하면 너무 꽉 맞아 반강제 간헐적 단식을 야기했던 펜슬 스커트도 예쁘게 입을 수 있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찾아왔던 각종 위장장애가 호전되는 기적을 보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장기 내 열이 발생해 전체적인 혈류가 개선되고 몸에 순환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여자라고 다 유연한 것은 아니어서 중학교 체력장 가슴 닿기에서 마이너스를 치곤 했던 내가 발레를 하며 조금씩 내 몸의 이 곳 저곳을 늘려간다. 운동도 응당 재능의 영역이어서 남들보다 아주 아주 느린 속도긴 하지만 이 때문에 여즉 목이나 허리에 디스크 발발의 비극을 맞지 않고 그 긴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운동이 주는 장점은 사무실에서 얻는 반복되는 스트레스 상황과의 단절감을 제공한단 점이다. 사실 일을 잘하려고 몰입하면 할수록 회사와 일상의 스위치를 자유자재로 끄고 켜기 어려워진다. 인간이 기계도 아니고 하루의 반 이상을 어떤 일에 골몰하고 몰입하다 퇴근 하나 했다고 뿅 하니 일상의 내 모습으로 바로 돌아오긴 어렵다. 맘에 맞고 재밌는 운동을 찾게 되면 대번 느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한 채로 우린 꽤 많은 삶의 에너지를 머리에만, 일하고 사고하고 판단하는 데만 몰아 쓰고 있었단 사실을 말이다. 퇴근 후의 운동이, 그것이 아주 간단한 스트레칭이라 할 지라도 중요한 점은 그 시간을 통해 온통 뇌에만 몰려 있던 혈류와 날 선 세포들을 차분히 온몸으로 분산시키고 순환시키며 머리만 큰 인간이 아닌 마음과 정신에도 숨을 불어넣는 균형의 상태를 맞는다는데 있다. 처음에야 퇴근하고 운동까지 가는 일정이 또 다른 업무처럼 빡빡하게 느껴지겠지만 습관이 들고 루틴이 되면 자연스럽게 일과 일상의 균형감도 생겨난다. 퇴근하고 운동하느라 지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업무에서 분리하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활력을 얻는 구조인 것이다. 후천적 체력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면서도 마음 한 켠엔 그마저 타고남과 재능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떠올린다. 아무리 야근하고 터프한 필드에 있어도 태생이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어라 개인 렛슨 받고 좋은 약 잘 챙겨 먹어도 잔병치레가 잦고 유행하는 독감은 제일 먼저 경험하는 트렌디한 면역 체질 역시 존재하니까. 세상만사 유전자의 힘과 타고난 본체 뽑기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후천적인 노력을 통한 체력증진의 중요성을 마음에 품고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자와 아닌 자의 삼십 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은 참으로 다른 그림일 것이란 확신과 함께 오늘도 요가 매트를 깐다. 땀을 내고 근육을 쓰고 스트레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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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필드에서 직급과 상황에 맞게 개발되어야 할 역량들은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늘어가는 연차에 맞게 지식도 쌓고 세미나도 듣지만 어딘가 모를 갑갑한 정체를 느낀다면 한 번쯤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출근 준비물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때로는 두뇌로 쌓는 업무 스킬보다 크리티컬 하게 이 눈치의 역량이 지대할 때도, 모든 스트레스와 마음의 부침이 실은 육체적으로 누적된 피로와 좌절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회의실에 들어갈 땐 노트 맨 뒷장에 눈치 포켓을, 퇴근 후엔 틈틈이 운동을 더해 체력 게이지를 끌어올려 보자. 오피스란 전쟁터를 오가는 삼십 대, 우리들의 책가방은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