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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Oct 29. 2020

배트맨스러운 카드

배트맨스러움을 카드를 통해 표현하기

졸업 프로젝트 초기에는 만들어둔 배트맨 카드를 기반으로 배트맨 마술이나 연계된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그때 당시 배트맨 카드는 디자인의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내가 카드 마술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기에 놓치고 있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한 나를 일깨워준 한 질문이 있다.


배트맨 팬을 위한 제품인가요? 아니면 마술사를 위한 제품인가요?


나는 배트맨 팬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들에게 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카드 마술을 위한 제품이 아닌, 배트맨 마술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즉, 마술사로서의 내가 아닌, 배트맨 팬으로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배트맨 팬이 원하는 제품은 어떤 것일까? 나 자신도 배트맨의 팬이기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난 배트맨스러운 제품을 원했다.


모든 디자인의 방향성이 제품을 통해 배트맨스러움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배트맨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으면서 나의 디자인 언어를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배트맨 카드 개발은 다시 시작됐다. 







배트맨스러움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는 배트맨스러움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배트맨스러움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영화가 있다. Batman: Subzero와 팀 버튼 감독의 Batman 1989 작품이다.

〈Batman: Subzero〉의 포스터와 영화〈배트맨 1989〉속 한 장면

6살 때 Batman: Subzero라는 만화영화를 통해 배트맨을 처음 접했다. 배트맨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히어로가 어두워 보이고 악당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착해 보이는 사람이 아닌 무섭고, 어둡고, 날카로워 보이는 사람이 정의를 추구하고 선한 일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 이후, Batman 1989를 보고 배트맨 세계관의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면에 빠지게 되었다. 위 두 영화 속 배트맨이 어린 시절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고 지금도 나에게는 최고의 배트맨으로 남아있다. 


실루엣과 페이퍼 커팅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배트맨스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자연스레 어둡고 날카로운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초기 배트맨 카드의 아트워크도 이런 이유로 검은색 위주의 실루엣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어둡고 괴기스러운 배트맨의 특징은 실루엣을 통해 표현이 됐으며, 그의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은 페이퍼 커팅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통해 표현이 됐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배트맨 카드가 아닌, 배트맨스러운 카드


배트맨 카드 프로토타입 (2017)

초기의 배트맨 카드는 기존의 카드라는 틀에 배트맨 이미지를 넣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뒷면의 대칭, 보더의 존재 등 카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크게 바꾸지 않았기에 기존 카드 마술을 보여주는 것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카드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배트맨 카드이지, 배트맨스러운 카드가 아니었다.


배트맨 카드 박스와 스페이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2019)

카드의 케이스에서부터 카드의 뒷면과 앞면, 옆면에 이르기까지 카드의 모든 부분에서 배트맨스러움이 느껴지길 바랐다. 왕족 카드에 들어가 있는 캐릭터 모두 각각의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해주길 원했고 그 모든 요소가 통합되어 내가 생각하는 배트맨스러움을 표현해주기를 바랐다.



스스로가 세운 규칙을 무너뜨리다
배트맨 카드 뒷면 디자인

그렇기에 배트맨 카드를 만들며 정한 규칙을 상당수 무너뜨려야 했다. 뒷면을 예시를 들어보면, 대칭이 배트맨스러운가? 흰 테두리 속에 그림이 있는 것이 배트맨스러운 걸까? 그렇게 내가 카드 디자인을 위해 정한 규칙과 틀에 계속 질문을 던지며 배트맨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배트맨스러움을 카드를 통해 표현하다


배트맨스러운 아트워크

배트맨 카드에 적용된 아트워크는 그의 세계관이 보여주는 어둡고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각 캐릭터의 가장 뚜렷한 특성 한 가지를 전달하고자 최소한의 디테일만을 담았다. 흑백의 대비와 날카로운 선을 통해 배트맨 세계관 속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강한 인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배트맨스러운 케이스

박스 자체에서도 배트맨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종이의 질감을 테스트했고 최종적으로 검정 플라이크 종이를 선택했다. 플라이크 종이에서 느껴지는 플라스틱이나 고무 같은 독특한 질감을 통해 배트맨의 갑옷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아트워크의 실용적 적용

일반적인 플레잉 카드 속 왕족 카드의 경우 그림이 서로 비슷하여 혼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배트맨 카드 속 왕족 카드에는 각각의 다른 캐릭터가 들어있어 구별이 용이하다. 그러나 모든 카드에 캐릭터 아트워크가 들어갈 경우 카드를 인지하고 구별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렇기에 2부터 10까지의 숫자 카드를 제외한 왕족 카드에만 서로 다른 캐릭터 이미지를 적용함으로써 카드의 식별이 용이하도록 디자인했다.



왕족 카드

모든 왕족 카드에는 배트맨 세계관 속 캐릭터가 들어있다. 스페이드에는 배트맨 패밀리, 클럽에는 배트맨의 협력자, 하트와 다이아몬드에는 악당을 적용했다. 검은색 카드에는 아군을, 빨간색 카드에는 빌런을 넣어 사용자가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카드 옆면 검정 유광 박

배트맨 카드의 뒷면 디자인과 왕족 카드에 사용된 아트워크는 모두 크롭 된 이미지이다 보니 옆면을 통해 왕족 카드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검정 유광 박을 통해 가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옆면을 통해서도 배트맨스러움을 드러낼 수 있게 디자인했다. 



배트맨 마술

마술과 카드의 디자인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왼쪽 사진은 배트맨 카드를 펼치는 행위를 통한 배트맨 망토를 표현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배터랭 카드를 통해 관객의 카드를 찾는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배트맨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카드 디자인에 담았다.






내가 원한 것은 배트맨 그림이 그려진 카드가 아닌, 아트워크 하나하나가 내가 생각하는 배트맨스러움을 표현하는 카드였다. 그렇게 배트맨 카드는 2018년 졸업 프로젝트를 거쳐 2019년 4월 디자인이 확립될 때까지 여러 변화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카드의 모든 요소를 배트맨스럽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카드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전에는 카드 마술에 용이한 카드가 아니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배트맨 카드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카드의 용도와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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