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워크를 만드는 방법론과 그것을 카드에 적용하기
플레잉 카드는 카드의 뒷면, 왕족 카드, 숫자 카드, 박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통합되어있는 제품이다. 카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곧 그 모든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아트워크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각각의 아트워크가 다른 모든 요소와 어우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디자인 언어와 디자인 방법론을 구체화해야 했고 그것을 카드의 모든 요소에 적용해야 했다. 아래 글을 통해 어떤 규칙을 통해 각 아트워크를 제작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배트맨 프랜차이즈
배트맨은 1939년에 Bob Kane이 창조한 캐릭터로 오랜 시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당장 내가 직접 본 영화만 해도 Tim Burton, Joel Schumacher, Christopher Nolan, Jack Snyder의 배트맨이 있고, 만약 만화와 애니메이션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다양한 배트맨 세계관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한 영화나 만화 속 배트맨을 사용하여 아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과 배트맨을 가장 배트맨스럽게 만드는 요소만 남기는 방법을 통해 그 이미지 속에서 다양한 배트맨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방법이 더 많은 팬을 만족시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본질을 남기기 위한 시도: 실루엣
배트맨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적은 요소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실루엣 기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배트맨의 어두운 캐릭터와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 있어 검은색은 당연한 선택이었고, 단순하고 직설적임과 동시에 날카로운 모습을 표현하기에 실루엣이 좋은 방법이었다. 배트맨과 그의 세계관 속 모든 캐릭터를 하나의 요소로 묶음과 동시에 단순하면서도 배트맨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기에 실루엣이 선택되었다.
이미지를 만드는 규칙: 면 분할의 최소화
면은 선을 통해 분할이 된다. 선이 적으면 적을수록 분할되는 면은 줄어들며, 선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할되는 면이 늘어난다. 둘 중의 보다 단순한 이미지는 왼쪽일 것이다. 즉, 면을 분할하는 선이 적을수록 이미지가 단순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이 규칙은 배트맨 카드 속 아트워크에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왼쪽 카드는 하나의 면을 하나의 선으로 분할하여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위에 점(눈)을 더하면 배트맨 아트워크가 완성된다.
왕족 카드에 적용하기: 아트워크와 인덱스의 관계
카드의 왼쪽 상단과 오른쪽 하단 부분에 'index(인덱스)'라는 카드의 값을 나타내는 정보가 들어간다. 왼쪽 이미지는 배트맨 카드 뒷면에 인덱스를 적용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인덱스의 배경색과 인덱스 자체의 색이 배트맨 아트워크로 인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을 보면 카드 뭉치 속에 있을 때 같은 K 스페이드가 다르게 보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사용자가 카드를 인지하는데 불편함을 야기한다.
즉, 인덱스가 있는 공간은 아트워크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왕족 카드에 들어갈 아트워크는 인덱스가 들어갈 공간을 비워두거나, 두 공간 모두 아트워크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을 하나 이상 사용해서 면을 분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위 사진 속 왼쪽에서 2번째와 4번째 아트워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트맨 카드 속 아트워크는 면을 분할하는 선이 2개 이하가 되도록 만들어졌다.
검은색 아군 vs 빨간색 악당
일반적으로 카드는 크게 검은색인 스페이드와 클럽, 그리고 빨간색인 하트와 다이아몬드로 구분된다. 배트맨 카드를 만드는데도 이 규칙은 그대로 적용했다. 검은색 카드에는 아군을 배치했고 빨간색 카드에는 악당을 배치하여 사용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배트맨이 오랜 시간 이어져온 결과 정말 많은 캐릭터가 존재한다. 많은 캐릭터 중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와 같이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 위주로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또한, Q 카드에는 여성을 배치하는 것처럼 기존 카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여 캐릭터를 배치했다.
JOKER 와 Ace of Spades
조커 카드 두 장에는 배트 시그널과 조커 아트워크를 사용했다. 배트맨 카드 속 앞면에 인덱스가 없는 카드는 위 두 카드가 유일하다. 이는 사용자가 조커 카드를 인지하는데 인덱스가 없어도 충분히 전달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페이드 에이스는 많은 카드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관용적으로 숨겨진 무기, 비장의 무기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배트맨의 가장 유명한 무기 중 하나인 배터랭을 적용하여 그러한 의미에 맞게 디자인했다.
나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섬세한 아트워크를 원했다. 그렇기에 면 분할의 최소화 규칙을 지키면서도 머리카락이나 손 끝, 이빨과 같이 살릴 수 있는 디테일은 최대한 살리면서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실루엣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통해 캐릭터의 로고나 불필요한 요소는 자연스레 제거하면서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길 수 있었다. 또한, 색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그 시간을 이미지를 더 다듬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글을 통해 아트워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다뤄보려고 한다. 위에서 설명한 디자인 언어와 방법론을 토대로 스케치를 진행한 뒤 그것이 실제로 사용된 아트워크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