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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Oct 29. 2020

배트맨스러운 아트워크

아트워크를 만드는 방법론과 그것을 카드에 적용하기

플레잉 카드는 카드의 뒷면, 왕족 카드, 숫자 카드, 박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통합되어있는 제품이다. 카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곧 그 모든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아트워크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각각의 아트워크가 다른 모든 요소와 어우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디자인 언어와 디자인 방법론을 구체화해야 했고 그것을 카드의 모든 요소에 적용해야 했다. 아래 글을 통해 어떤 규칙을 통해 각 아트워크를 제작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어째서 실루엣인가?


오랜 시간 이어져온 배트맨 프랜차이즈

배트맨은 1939년에 Bob Kane이 창조한 캐릭터로 오랜 시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당장 내가 직접 본 영화만 해도 Tim Burton, Joel Schumacher, Christopher Nolan, Jack Snyder의 배트맨이 있고, 만약 만화와 애니메이션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다양한 배트맨 세계관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한 영화나 만화 속 배트맨을 사용하여 아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과 배트맨을 가장 배트맨스럽게 만드는 요소만 남기는 방법을 통해 그 이미지 속에서 다양한 배트맨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방법이 더 많은 팬을 만족시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본질을 남기기 위한 시도: 실루엣
검은색 종이를 자른 후 라이트를 비춰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

배트맨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적은 요소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실루엣 기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배트맨의 어두운 캐릭터와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 있어 검은색은 당연한 선택이었고, 단순하고 직설적임과 동시에 날카로운 모습을 표현하기에 실루엣이 좋은 방법이었다. 배트맨과 그의 세계관 속 모든 캐릭터를 하나의 요소로 묶음과 동시에 단순하면서도 배트맨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기에 실루엣이 선택되었다. 








단순한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론


이미지를 만드는 규칙: 면 분할의 최소화

면은 선을 통해 분할이 된다. 선이 적으면 적을수록 분할되는 면은 줄어들며, 선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할되는 면이 늘어난다. 둘 중의 보다 단순한 이미지는 왼쪽일 것이다. 즉, 면을 분할하는 선이 적을수록 이미지가 단순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이 규칙은 배트맨 카드 속 아트워크에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왼쪽 카드는 하나의 면을 하나의 선으로 분할하여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위에 점(눈)을 더하면 배트맨 아트워크가 완성된다. 



왕족 카드에 적용하기: 아트워크와 인덱스의 관계

카드의 왼쪽 상단과 오른쪽 하단 부분에 'index(인덱스)'라는 카드의 값을 나타내는 정보가 들어간다. 왼쪽 이미지는 배트맨 카드 뒷면에 인덱스를 적용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인덱스의 배경색과 인덱스 자체의 색이 배트맨 아트워크로 인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을 보면 카드 뭉치 속에 있을 때 같은 K 스페이드가 다르게 보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사용자가 카드를 인지하는데 불편함을 야기한다. 


면 분할의 최소화 규칙과 인덱스의 특성을 적용한 배트맨 왕족 카드

즉, 인덱스가 있는 공간은 아트워크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왕족 카드에 들어갈 아트워크는 인덱스가 들어갈 공간을 비워두거나, 두 공간 모두 아트워크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을 하나 이상 사용해서 면을 분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위 사진 속 왼쪽에서 2번째와 4번째 아트워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트맨 카드 속 아트워크는 면을 분할하는 선이 2개 이하가 되도록 만들어졌다. 







배트맨 아트워크 X 카드


검은색 아군 vs 빨간색 악당

일반적으로 카드는 크게 검은색인 스페이드와 클럽, 그리고 빨간색인 하트와 다이아몬드로 구분된다. 배트맨 카드를 만드는데도 이 규칙은 그대로 적용했다. 검은색 카드에는 아군을 배치했고 빨간색 카드에는 악당을 배치하여 사용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스페이드 카드에는 배트 패밀리 나이트윙, 배트걸, 로빈을 배치했다
클럽 카드에는 배트맨의 협력자 알프레드, 캣우먼, 짐 고든을 배치했다
다이아몬드 카드에는 악당 펭귄, 할리 퀸, 리들러를 배치했다
하트 카드에는 악당 미스터 프리즈, 포이즌 아이비, 베인을 배치했다

배트맨이 오랜 시간 이어져온 결과 정말 많은 캐릭터가 존재한다. 많은 캐릭터 중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와 같이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 위주로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또한, Q 카드에는 여성을 배치하는 것처럼 기존 카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여 캐릭터를 배치했다. 


JOKER 와 Ace of Spades

조커 카드 두 장에는 배트 시그널과 조커 아트워크를 사용했다. 배트맨 카드 속 앞면에 인덱스가 없는 카드는 위 두 카드가 유일하다. 이는 사용자가 조커 카드를 인지하는데 인덱스가 없어도 충분히 전달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페이드 에이스는 많은 카드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관용적으로 숨겨진 무기, 비장의 무기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배트맨의 가장 유명한 무기 중 하나인 배터랭을 적용하여 그러한 의미에 맞게 디자인했다. 





나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섬세한 아트워크를 원했다. 그렇기에 면 분할의 최소화 규칙을 지키면서도 머리카락이나 손 끝, 이빨과 같이 살릴 수 있는 디테일은 최대한 살리면서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실루엣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통해 캐릭터의 로고나 불필요한 요소는 자연스레 제거하면서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길 수 있었다. 또한, 색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그 시간을 이미지를 더 다듬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글을 통해 아트워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다뤄보려고 한다. 위에서 설명한 디자인 언어와 방법론을 토대로 스케치를 진행한 뒤 그것이 실제로 사용된 아트워크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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