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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Nov 01.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시기를.

"그냥 해! 그냥 한번 해봐!"


말은 참 쉽다.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냥 해봐라.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해 봐! 대체 뭘 그냥 하라는 건지. 이걸 하려면 얼마나 어려운데. 얼마나 고민할 것이 많은데. 어떻게 될지 알고 그냥 하라는 건가?


디 셉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나온 길 중에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일은 없다. 졸업 프로젝트, 코믹콘, 홍익 창작새길,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인스타그램 활동, 그리고 지금 적고 있는 브런치 작업까지 그 어떤 것도 확신을 갖고 시작하지 않았고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좌절과 고민을 겪어야 했다. 때로는 의지도 꺾이고, 정말 하기 싫은 순간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것들이 그냥 하는 것을 방해한다. 나의 편견, 남들의 시선, 성공의 여부 등 작업을 하다 보면 귓가에서 날 방해하는 것이 속삭인다. 이거 대체 왜 하나? 왜 아직도 하고 있는 건가? 포기해. 힘들잖아? 이걸로 성공할 수 있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해봤다. 이유는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해봤다. 해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고민하지 말고 좀 더 빨리 결정을 했다면 더 여유롭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할 거였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그냥 하지 않았다면 디 셉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배트맨 인형이나 장난감을 구할 수 없어 종이 배트맨 인형을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마찬가지로 내가 갖고 싶은 배트맨 제품이 없어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놀고 있다. 만약, 중간에 배트맨 팬을 그만두었다면, 졸업 프로젝트를 배트맨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면, 코믹콘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등등... 중간에 포기했다면 지금 내 손에 배트맨 카드는 없었을 것이다. 


배트맨 카드와 마술, 굿즈, 협업의 경험, 전시에서의 추억, 그리고 값진 경험과 고찰이 내게 남아있다. 브런치의 글도 남아있지 않은가? 그냥 하지 않았다면 그 어느 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여러 가지 것을 들먹이며 하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다. 여전히 답답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냥 하려고 해도 그것은 쉽지 않다. 매 순간이 고민이 되고, 매 선택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그냥 한번 해보라고 말하는 일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두렵고 힘든지를 알고 있기에.


그러나 디 셉션 프로젝트를 한 것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난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그 모든 순간은 그 시기의 나에게 정말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이 글을 정리하며 다시 그 시기를 돌아보니 그 순간이 더는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빛이 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딱 한 가지만 권유해 드리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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