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여희 Mar 29. 2024

해독주스로 디톡스 하는 아침.

빨주노초파남보 컬러주스의 소확행

2024년의 새해 다짐으로, '매일 아침 해독주스 만들어 마시기' 목표를 넣었다. 일어나자마자 입을 헹구고 나서 따듯한 작두콩 차를 한 잔 마시고 난 후 해독주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속이 편해졌고, 피부가 맑아졌으며, 살까지 빠졌다...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늘 재던 목욕탕 위 저울에서 출산 후 처음 보는 숫자를 접한 건 사실이다. 헬스장에서 P.T. 를 받아가며 땀을 흘릴 때에도 본 적 없던 숫자에, 난 크게 열광했다.


남편에게 이 놀라운 소식을 전했지만, 큰 감흥 없이 무덤덤하게 지나갔다. 그저 나 혼자 즐거워했던 뉴스였던 셈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해독. detoxifixation. Detox는 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것.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헬스장 출근 도장 찍던 때에도, 보지 못했던 숫자는 실로 내 몸 안의 노폐물 값인 걸까.


아침은 몸이 노폐물과 찌꺼기를 배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침 식사를 꼭 해야 한다면 채소나 과일 식으로.
- 한약사 조승우 원장


7시. 비교적 이른 시각에 출근길에 나서는 남편에게,

볼 뽀뽀 식의 굿모닝 인사 대신 2024년 매일 아침마다 해독주스와 식사를 차려주었다.


포옹 대신 남편 몸속의 노폐물과 찌꺼기는 배출시키되 포만감은 안겨 회사에 보내는 것으로 갈음했다.


볼 뽀뽀와 포옹 등의 따듯한 인사는 없었지만 남편은 늘 만족해하며 집을 나섰다. '사랑해' 대신 '배불러' 이야기하며.



아침에 준비하기 어려운 해독주스 재료들은 간밤에 미리 준비해 둔다.


변비에 좋고, 활성산소를 억제해 준다는 양배추는 한 잎 한 잎 뜯어, 물에 담가놨다가 바글바글 끓는 물에

한 김 쪄준다.


브로콜리도 송이송이 잘라, 깨끗이 씻은 후 줄기까지 살짝 삶거나 데쳐준다. 초록의 브로콜리가 더 선명해지도록.

 

주황빛 당근과 보랏빛 비트는 양배추와 브로콜리보다는 더 데쳐준다.


양배추의 투명한 푸른빛, 브로콜리의 영롱한 녹색빛, 당근의 선명한 주황빛에, 비트의 퍼플 색감, 토마토의 붉은빛이 더해지니 색깔만으로도 건강함이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때에 따라, 있는 재료들로 조합해 넣지만 대부분 내 해독주스 메뉴에 빠지지 않는 재료들이다.


삶거나 데친 채소들에, 어느 날은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케일 잎을 생으로 넣고.


사과 값이 싼 어느 날은 아삭한 사과를 깎아 몇 조각 넣어준다.



열방약국 김훈하 약사님은 아침마다 사과,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토마토, 파프리카, 비트 등 무려 7~8가지 채소를 갈아 만든 몽땅 주스를 드신 다한다.


한약사 조승우 원장은 가열하지 않은  당근, 양배추, 사과를 넣고 영어 스펠링 앞글자를 따서 CCA주스라 명명하셨다.


그날 그날 마트에서 행사하는 야채들로 꾸리는 해독주스 살림이라, 랜덤 디톡스 주스라 해본다.


게다가 정확한 g 수 따지지 않고 눈대중으로 넣는 야채 조합들이라 그날 그날, 다른 빛깔 해독주스.


하지만 어찌 됐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들로 나의 아침을 가뿐하게 만들어주는 주스이니 효능과 상관없이 감사하다.


해독주스와 함께 하는 아침 루틴에 만족도 별 다섯 개를 붙여주고, 덕분에 부지런함을 더 떠는 내게 칭찬카드를 여럿 선사한다.


나 혼자만 챙겨 먹기 아까워, 해독주스를 권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얼른 마트에 야채 장바구니를 꾸려보시길 바라며.

당신의 매일의 아침도, 빨주노초파남보 다른 빛깔로

영롱하길 바라며.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둘둘 말은 속옷이 잔뜩 쌓여있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퐁퐁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 무라카미 하루키, 소확행
랑겔한스 섬의 오후 수필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