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

한강의 『교토, 파사드』 를 읽고

by 서유진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파사드를 지닌다. 그것은 사회적 페르소나라고도 하는, 일종의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한강의 단편 「교토, 파사드」는 파사드 너머에 다다르지 못하고 멈춰버린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이라기보단 누군가의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가까웠던 만큼 더 깊이 알 수 있으리라 믿었던 우정이 끝내 서로의 영혼에 닿지 못한 채 멈추는 지점과 이젠 전할 수 없는 사랑이 느껴져 절절하다.


가끔 어떤 소설을 읽으면 소름이 돋는데, 나와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환기되고, 소설 속 ‘민아’와 겹쳐 보이는 친구가 떠올라 모든 문장들이 가슴을 강타해 페이지가 눈물로 젖었다.


동시에, 읽는 내내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달의 뒷면.

우리는 달을 안다고 말하지만, 인간이기에 달의 한쪽 면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이다.) 지구에선 영원히 그 반대편을 볼 수 없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대의 일부만을 보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오랜 오해를 품거나 혹은 사랑해버린다.


이 작품은 그 사실을 고요하게 끌어낸다. 민아에게 도달하지 못한 화자의 언어는 비록 늦었으나 무엇보다 진실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이야기가 누군가를 탓하거나 관계의 실패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자는 자신이 대학 시절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그 불안정함이 친구를 밀어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시간이 흐른 지금 “지금이라면 달랐을 것”이라 고백하는 문장은 단순한 후회를 넘어, 끊임없이 사유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발자취가 묻어나는 문장이다.


「교토, 파사드」는 결국 말한다. 우리는 결국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려 한 적이 있냐고 묻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인이 나에게 보여준 일부만을 믿고 관계를 소중히 다루지 않았던 적은 없었는지.


부치지 못한 편지, 끝내 꺼내지 못한 말. 가까웠던 관계일수록 오히려 더 솔직해지기 어려웠던 순간들. 이 소설은 그 언어들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독자로 하여금 ‘달의 뒷면’을 마주하게 만든다.


「교토, 파사드」는 파사드라는 단어가 가진 건축적 의미를 차용해 우리의 인간 관계까지 돌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다 읽고 나면 우리의 첫사랑이 조용히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온, 여자의 첫사랑 말이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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