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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 Nov 18. 2023

#3. 나이야  가라!

등산은 싫어!

 "어머, 저 어르신은 정말 예쁘게 생기셨네요.”

“그러게요, 지금도 저렇게 예쁘신데 젊었을 땐 한 미모 하셨겠는데요.”

“근데 남편분도 만만치 않으세요, 키도 크시고 스타일이 멋지신 게 두 분이 참 잘 어울리시는걸요.”

누가 봐도 치매노인이라고 볼 수 없는 어르신이 남편과 함께 치매센터에 입소하기 위해 상담을 왔다.

 ‘겉모습에 속지 말라’라는 말은 특히 치매어르신을 대할 때 걸 맞는 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치매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B어르신.     

근래에 세탁기 사용이나 가스레인지 사용을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망상이나 의심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여기 프로그램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집사람 증상이 요즘 더 심해져서요.”

남편 분은 어떻게든 집에서 부인을 케어하려 했지만 남편의 일상생활까지 엉망이 되어 살 수 가없다고 했다.

      



치매전담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매진단’을 받아야 한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치매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모든 병이 그렇듯 치매 또한 조기 발견 시 적절한 치료를 하면 치매 증상을 지연하거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만 60세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MMSE-DS, 간이 정신상태 검사를 통해 인지감퇴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결과 정상 소견이 

있더라도 2년마다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치매진단을 받고 치매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은 별도의 인지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 질문과 반응으로 어르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보호자 상담으로 초기 상담을 한다. 

초기 상담과 장기요양 인정서를 바탕으로 치매어르신에게 제공할 급여계획을 세운다.

어르신은 보기와 달리 사회성이 많이 부족해 남편 이외에 바깥 활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정서적 지원이었다.       




“감사합니다. 000 센터입니다.”

“아, 네 B 보호자인데요, 집사람이 자꾸 센터에 가기 싫다고 해서요. 오늘은 집에서 쉬겠습니다.”

센터에서는 동료어르신들과 이야기도 잘하시고 프로그램도 잘 참여하는데 아침마다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는 어르신.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어르신이 센터에 오는 날이면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하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구 그놈의 영감탱이, 나 이런데 보내 놓고 지는 등산 가서 여자들하고 만날  술이나 먹지.”

망상과 의심 증상이 있는 B어르신은 만나는 사람마다 남편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남편은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분이다. 평소에도 B어르신이 센터에 있는 시간에 남편분은 등산이나 

헬스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선생님, B어르신 아침에 차 타러 나오실 때 혹시 남편분 특이 사항 있나요? 자꾸 B어르신이 남편분이 

어르신 센터 보내놓고 어디를 간다고 보는 사람마다 이야기해서요.”

“아, B어르신 남편분이요? 아침에 B어르신 차 타러 나오실 때 등산 가방 메고 같이 나오세요.”

“아, 그러시구나.”

성향이 다른 연상연하커플. 연세가 있어도 치매로 흙빛이 되어가는 B어르신과  아직도 에너지 넘치는 

건강한 남편.

B어르신이 센터에 오면 즐겁게 잘 생활하시는데 유독 아침에 등원이 어려운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000 센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 B어르신  센터 오실 때 괜찮으셨을까요?”

“말도 마세요, 안 간다고 하는 거 겨우 보냈어요, 뭐 재미가 없는지 아침마다 안 간다고 고집을 부리니 

아주 머리가 아파요.”

“보호자님 고생이 많으세요.”

“고생이라면 고생인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네, 어르신 일단 센터에 오시면 동료 어르신들과도 이야기 잘하시고 프로그램도 즐겁게 참여하고 계세요.”

“아, 그래요? 근데 왜 꼭 차 타러 간다고 하면 그러는지......”

“요즘 저희도 그 부분 고민하면서 어르신 관찰도 하고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어르신이 

만나는 사람마다 남편분 등산에 대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혹시 아침에 나오실 때 외출 복장으로 

함께 나오실까요?”

“나야 뭐 아침마다 산에 가니까 배낭도 메고 그러고 나오죠.”

“그러시군요. B어르신이 센터 계실 때 보호자님 외출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시는 거 같아요. 

내일부터 아침 등원 시 보호자님 외출 복장으로 나오지 마시고 어르신께 센터 다녀올 때까지 집에서 청소하고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아,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네, 하여간 멀쩡할 때부터 나 등산 가는 거 무척 싫어하긴 했어요.”

“네, 그러셨군요. 내일부터는 어르신 센터 가신 후 등산 가셨다가 오시기 전 집에 돌아와 계시면 어르신 

불안함이 줄어들 것 같아요.”

“잘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그렇게 해볼게요.”   

  

치매 증상 중 하나인 망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을 말한다. 망상은 교육정도나 문화적 환경에 

걸맞지 않은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을 하는 것인데 치매에 대해 이해가 낮은 사람은 치매어르신의 이야기를 

오해해 사실로 믿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는 어르신이 

“머리가 아파, 밤새도록 어느 놈이 방망이로 내 머리통을 때렸어.”

“키 크고 검은 남자가 내 방 앞에 있어서 잠을 한숨도 못 잤어.”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망상에 해당된다.      

망상과 함께 나타나는 의심 증상도 사실과 혼돈하기 쉽다.

“내 가방 어디 갔어? 새로 산 가방인데 아까 그 세 여자가 가져갔어.” 

누가 들으면 매우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이라 자칫하면 실제 있었던 일로 생각하기 쉽다. 치매어르신이 

상상하지 않도록 보이는 곳에서 행동하는 것이 좋다. 망상이 있는 B어르신에게 남편분이 보이지 않는 시간은 수많은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한다. 이럴 땐 남편분이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사선생님, 요즘엔 B어르신 송영할 맛이 난다니까요, 이젠 전화도 하기 전에 내려와서 기다린다니까요.”

“그러게요 요즘 센터에서 남편분 등산 갔다는 얘기도 안 하고 아주 좋아지셨어요.”

B어르신이 안심하고 센터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은 사회복지사나 요양 선생님들이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가족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B어르신은 집에 가시면 뭐 하시면서 지내세요?"

“뭐 하긴요, 저녁도 하고 빨래도 하지.”

“오늘 저녁엔 뭐 드셔요? 어르신 음식도 잘하실 거 같은데.”

“난 음식 못해요, 남편이 하지. 자기가 다 장을 봐온다니까, 어제는 장에 가서 콩나물이랑 두부 사 왔더라고,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거 막 사 오는 거야, 다니다가, 아주 웃겨, 호호호.”


망상 속에서 시기와 질투를 이겨낸 연상녀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센터 가득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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