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햇살 Nov 14. 2023

#2. 오해의 열쇠는 이해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의 일정은 매우

규칙적이다.  센터 차량을 이용해 등원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등원 시간은

오전 8시 전부터 9시 30분 사이 순차 적으로 이루어진다.

오전 간식인 죽을 시작으로 8시간 이상 급여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점심과 오후 간식, 저녁을 먹고 귀가한다.     


“이거 좀 먹어봐!”

“이번에 담근 거야?, 매콤하니 맛있네.

점심시간, 입바른 소리 하기로 소문난 모둠에서

속닥이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 어르신 또 반찬 가지고 오셨어요? 지난번 원장님이  개별 반찬은 가지고 오시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가지고 오지 말긴 뭘 가지고 오지 말아? 젠장

뭘 먹게끔 해줘야 먹지! 반찬 간도 못 맞추는 놈들이 자격증을 어떻게 땄대? 하도 맛이 없어서 가지고 온 건데!”     

센터에서 제공되는 급식에 불만이 많으신 B어르신이 평소와 다름없이 투덜거린다.


치매 어르신 80% 이상은 치매 외에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다.

그렇다 보니 센터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짜지 않게, 자연식으로 균형 맞는 식단을 제공한다.  평소 짜고 매운 음식을 먹던 어르신은 센터 음식이 간이 맞지 않는다며 가방에 몰래 개별 반찬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자, 내 거 좀 먹어봐”

“먹어봐요? 맛있네요, 언니”

“어르신, 반찬 다 똑같은 거예요, 그리고 다른 분

반찬 드시면 안 돼요”

인정 많은 어르신은 식판에 있는 반찬을 동료 어르신들과 자신이 먹던 젓가락으로 주거니 받거니

나눠 먹기도 한다. 위생도 문제지만 면역이 약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본인의 음식만 먹기를 말씀드리지만 어르신들은 곧 잊고 나눠 먹으려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식사 시간은 늘 분주하다.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감사합니다, OOO 센터입니다.”

“네 000 센터죠? B 어르신 보호자인데요.”

“네 보호자님 안녕하세요?”

“저 우리 어머니 센터에서 저녁 드시고 오셨나요?”

“네 B 어르신 센터에서 저녁 드시고 가셨습니다.”

“얼마나 드셨나요?”

“평소처럼 반 그릇 이상 드셨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무슨 일이 아니라 집에 와서 밥을 또 달라고 하면서  엄청 드셔 서요!”

“아, 네 그러세요, 보호자님, 어르신 평소와 같이

저녁 드셨는데 밥을 드셔도 아마 먹은 걸 금방

잊어서 그러실 거예요.”

“아, 그래요, 그래도 너무 많이 드셔서 걱정돼서

전화드렸습니다, 약도 드셨나요?”

“네, 보내주신 약도 드셨어요.”

“그래요? 그럼 약은 드시고 밥은 안 줬나 보군요!”

늘 그랬듯 작은 일 하나도 예민하게 굴며 따져 묻는 보호자의 전화.  

    



치매 센터에서는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네 명의 어르신을 보살핀다.

치매 어르신들의 잔존기능 향상과 유지는 물론

낮에 치매에 걸린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돌볼 수 없는 보호자들에게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도움을 주고자  주간보호센터는 존재한다. 어르신들의 식사, 배변, 인지, 신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발바닥이 닳도록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정성을 다한다. 자신은 시간이 없어 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어르신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늘 애쓴다.  이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수고를 폄하하거나 의심하는 태도는 일하는 이들의  의지를 떨어뜨린다. 가끔 똑똑하게 따져 묻는 보호자들을 보며

‘과연 똑똑하다는 건 뭘까?’ 생각해 본다.      


“P어르신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예? 예! 아주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P어르신 안녕히 가세요.”

“예, 고마워요.”

작은 일에도 웃는 얼굴로 ‘고마워요, 고마워요’

감사를 표하는 P어르신.


“복지사님, 선생님들 드시라고 과일 좀 보내요.”

“네, 보호자님 감사합니다.”

“아휴, 저희 엄마 돌봐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배려와 감사로 일하는 이의 사기를 고추 시키는 P보호자의 자녀.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기 전 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수년간 근무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교회에서 유치부 아이들을

비롯해 성인이 되어 중고등부 아이들까지 가르쳤던 경험. 학습지 교사로 수많은 가정을 방문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 이 모든 경험을 통틀어 내린 결론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은 불변의 진리라는 것이다. 아무리 교양 있는 척해도 아이의 행동을 보면 부모의  인격은 반드시 드러난다.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감자꽃」


지금 나는 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다.

다양한 보호자들과 소통하면서 아이가 성인이

되었어도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란

말이 결코 틀림없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아휴, 싱거워서 못 먹겠네! 제기랄 뭘 먹게끔 해줘야 먹지!”라고 투덜거리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는 B어르신.

“여보세요! 우리 어머니 밥 주기는 하는 건가요?”

따져 묻는 B 보호자의 아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은 반드시

나는 법이다.

이전 05화 #1. 인생은  꽈배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