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이어붙이듯이 살아가는 것 같다. 내 삶은 계란 겨우겨우 달라붙어 있는 포스트잇 같다.
삶이 버겁고, 지루하고, 지겹고, 또 내일을 살아낼 자신이 없어지길 반복한다. 근데 또 이상하게 불안하지는 않다. 그냥 권태롭고 무기력할 뿐이다.
한때는 왜 사느냐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
왜 사는 것 같으세요?
넌 왜 사는 것 같아?
보이는 모든 이에게 물었다.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결은 비슷했다.
그냥. 태어났으니까.
나는 그 답에 절망스러운 무기력을 느꼈다.
그럼 사는 이유가 없는 거잖아. 정답은 없는 거야?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살고 있는지, 아니 그 전에 어떤 힘으로 삶을 버텨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생각해 보면 나도 태어났기 때문에 살 뿐이라는 무책임한 답만 튀어나온다. 그럼 다시 생각해 보고. 이건 내가 원한 답이 아니야, 하며 또 생각해 보고. 결국엔 결론을 못 내린 채 하루를 끝내는 것이다.
정말 모르겠다. 당장 죽으려고 한다면 죽을 수 있는 내가 왜 살고 있는 건지. 세상에 어떤 미련이라도 남은 건지, 아니면 막중한 책임이라도 달고 있는 건지. 내 일인데 나도 모른다. 너무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살거나, 죽음을 위해 살거나, 살기 위해 산다는데, 난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나마 브런치를 창구로 내 글을 내놓는다는 게 숨통 트이는 일이긴 한다. 근데 그렇다고 브런치가 나를 살게 해주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나 지금 왜 살고 있지?
의문이 들 때마다, ’무언가를 위해서‘ 라는 조건부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위해서, 무언가에 의해서, 그나마 나의 삶을 의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자꾸만 조건이 달리는 내 답변이 진부할 뿐이다.
그나마 글을 쓸 때나 마음에 드는 글을 볼 때,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고 글을 위해 산다? 그건 절대 아니다. 글은 그냥 내 창구에 불구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나는 오늘 뭐 때문에 살았지?
정신병원에 다녀오긴 했는데, 그거 때문에 산 하루는 아니었고. 그냥 약이 떨어져서 갔을 뿐이고.. 정신병원 인테리어는 언제 봐도 예쁘고.
확답은 없다.
그렇게 또 다른 번뇌에 빠지게 된다.
생각을 하면 도저히 이어나갈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인 것 같다.
너덜너덜해진 삶에 손때를 묻혀 가며,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