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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an 04.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8)

(8) 미진과 민수의 이야기 (2)


“오랜만이네, 나 알아보겠어?”     

 민수는 선그라스를 착용한 낮선여인이 자신의 자리에 앉는 것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미진임을 확인하곤 만연한 미소를 띄우며 그녀를 반겼다.    

 

 “미진아, 당연하지 잘 지냈어?”

 “응, 너는?”

 “나야 똑같지 뭐”


 미진은 민수를 바라보며, 그간의 설움이 폭발이라도 한 듯이 눈물을 쏟아냈다. 민수는 그런 미진에게 당황하며, 그녀를 달래기 위해 자리를 그녀의 옆으로 옮겼다.      

 “미진아 왜 울어,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서 그래?”


 민수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미진의 눈을 닦아 주기 위해, 그녀의 선그라스를 뺐다. 그러자 미진의 오른쪽 눈에 파란 멍이 드러났다. 민수와 미진은 당황했다. 미진은 민수가 빼놓은 선그라스를 잽싸게 다시 꼈다.      

 미진의 오른쪽 눈의 멍은 그녀가 현재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대변하고 있음을 민수는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그 둘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미진과 민수는 재회 후, 처음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다가 서로를 다시 의지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좋은 친구로서 가끔 만나 이야기하고, 과거를 추억했다. 미진은 얽매였던 남편의 술주정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만나는 횟수는 잦아들고, 그들의 사랑을 위해 해서는 안 될 계획을 세웠다.      

 나는 가만히 앉아 미진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그들의 계획된 범죄에 놀아났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더 이상 그녀를 자극하지 않았다. 오로지 진실이 궁금했다. 나는 그녀에게 따듯한 물을 가져다주면서, 그날의 진실을 물었다. 그 때, 영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태수야, 이거 어떻게? 지금 인천 부두 쪽 CCTV 확보해서 확인해봤는데, 강민수 밀항했다.

 “뭐? 밀항?”     

 나는 크게 당황하며, 입 밖으로 ‘밀항’ 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미진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영수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서에서 하자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미진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가 성공했군요.”

 “성공이라뇨? 밀항까지도 계획에 포함되어있던 겁니까?”


 미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복잡한 머리를 움켜쥐고서는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태우며 하늘을 보고 있는데 영수의 차가 경찰서로 들어왔다. 영수는 씩씩거리며 내게 오더니 분통을 터트렸다.     

 “태수야, 이거 우리 완전히 당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 정보원으로부터 들었는데, 인천에서 크게 밀항배 하는 허씨라는 사람이 어제 밤에 도망간 강민수가 두 달 전에 해당일에 밀항예약을 했다고 하더라고”


 영수의 말을 다 듣고 나는 혼잣말로 ‘그래서 그녀가 <성공했다>라는 표현을 썼군...’ 읇조렸다. 나는 담배를 눌러써 끄고는 다시 취조실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아까와 달리 상기 되어있는 미진이 앉아있었다.     

 “미진씨 말처럼 강민수는 밀항에 성공했네요. 이제 답을 알려줄래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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