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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Dec 28. 2023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7)

(7) 미진과 민수의 이야기(1)

모든 사람들이 붉은 물결 속에 자신을 내 던졌던 2002년 미진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그 현장에 있었다. 그 곳에서 그녀는 대학의 학업 스트레스를 지우기 위해 남들보다 더 미친 듯이 열광하고, 또 열광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놀고 있는 그녀의 앞에 키가 크고 매력적인 강민수가 등장했다. 빨간 부채를 들고, 응원현장에서 춤을 추고 있던 그녀는 그를 바라보고는 한 눈에 반했다. 그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가지고 있던 부채를 떨어트리며 몸이 굳는 듣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젠틀하게 그녀의 부채를 주워주며, 그녀의 춤사위를 칭찬했다.     

 

 “춤을 잘 추시네요. 어디서 배우셨나요?”

 “아니요. 뭐 그런 건 아닌데....”     


 미진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형을 그대로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저.. 괜찮으시면 술 한잔 하실래요?”     


 갑작스러운 미진의 제안에 민수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둘은 그렇게 가까워지고, 그날부터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미진은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갔고, 미진보다 나이가 세 살이 많은 민수는 가난한 형편에 학업과 생업을 번갈아 하다가 결국 졸업하지 못한 채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었다. 미진은 주어진 여건을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앞만보며 살아가는 그를 옆에서 응원했다. 그녀의 응원에 힘 받은 민수는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일해 번 돈을 가지고 작은 전세방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전세방을 구한 그날 미진에게 청혼을 했다.       


 “미진아, 오빠가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나와도 같이 살아 줄 수 있니?”     


 민수는 무릎을 꿇고선, 미리 주머니에 준비한 반지를 미진에게 보여주며 고백했다. 미진은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 민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민수가 가진게 없다는 이유로 미진의 부모가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진은 부모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민수와 헤어져야만 했다. 미진은 민수와 헤어지고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미진의 부모의 주선으로 펀드매지저 오봉팔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이유도 단순히 오봉팔이 돈이 많고, 잘나가는 증권맨이라는 점이었다.      


 미진은 모든 것을 받아드리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처음 오봉팔과의 결혼생활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러나 오봉팔이 점점 위험한 거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조폭들 돈을 관리해주면서 사람이 점점 변해갔다. 처음에는 돈을 잘 버는가 싶었는데, 금세 까먹고 점점 조폭들의 협박에 야반도주까지 감행했다. 오봉팔은 그 때부터 술에 입을 대기 시작했고, 점차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하더니, 결국에는 미진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하지만 술이 깨면 다시 멀쩡해졌으며, 부모님이 이혼은 절대 안 되다는 신조였기 때문에 참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봉팔은 맨 정신일 때 보다 술에 취했을 때가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미진은 자신을 모두 내 던지고 10년이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그러 던 중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책일 읽고 있는 민수를 만났다. 미진은 민수를 알아보고는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앉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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