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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Aug 22. 2023

글쓰기는 개성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글쓰기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그런데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쓰이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학교 퇴직 후에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게 강의다. 대부분 글쓰기 강좌다. 간혹 문학 강연도 있지만. 문학에 발을 담근 지 삼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몽학선생이 될까 봐 늘 고심했는데, 퇴직 후에도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니 고심은 줄지 않는다. 


글쓰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개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개성이다. 개성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취향이나 특성을 일컫는다. 글쓰기가 개성적인 것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경험한 것이 다르며,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다. 또 태어날 때 부여받은 기질도 다르다. 당연히 정서와 성품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도 물론. 


이렇게 모두 다른데, 다른 이들이 쓴 글처럼 쓰려고 한다면, 안 될 일이다. 다른 이의 잘 쓴 글을 읽고 감상하며 그렇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을 갖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쓸 수 없다. 누구나 그렇다. 놀랍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실제로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래서 자꾸 자기의 개성을 말살시키려고 한다. 나는 나의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은 나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이다. 다른 이가 쓴 글과 같은 글을 쓰려고 한다면 흉내밖에 되지 않는다.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것의 접점은 바로 거기다. 본인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표현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남이 생각하는 것을 짐작해서 쓴다는 게 가능할까. 나는 못한다. 글쓰기를 몇 십 년째 배우고 가르치고 쓰는 사람인데도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이런저런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지만 남들처럼 쓰는 것은 못한다. 흉내를 내서 쓴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살아있는 글일까.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글쓴이의 모습이 투영되어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글쓴이의 고유한 취향과 특성이 드러난 개성이다. 그러니 ‘글쓰기는 개성’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지 않은가. 이것을 인정만 한다면 글쓰기 어렵지 않다.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것은 그 개성을 인정할 때다. ‘나’를 글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유명한 어느 작가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글 쓰는 이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글은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이고 도구다. 21세기에 들어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갖가지 미디어를 통해 전파성이 극대화될 수 있으며, 개성 또한 중시되는 시대라는 특성 말이다. 글을 쓰는 이유와 부합되지 않는가. 그러니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쯤에서 글쓰기가 쉽다고 느끼지 않는가. 그래도 어렵다면 여전히 남들처럼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쓰는데, 남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같은 이야기라 해도 똑같이 표현할 필요 없다.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른데, 그것을 느끼고 해석하는 게 다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을까. 그게 더 불가능한 일 아닌가. 거기서 해방된다면 글쓰기 쉬울 수 있다. 


단, 문장작법이나 어휘의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은 서서히 습득해 나가면 될 일이다. 처음부터 문장을 정확하게 잘 쓰는 경우 드물다. 간혹 있긴 하다. 그런 사람은 알게 모르게 글을 많이 써온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일기나 편지라도 꾸준히 써온 결과다. 문장작법을 익히는 건 마음먹기에 따라 짧은 시간에도 할 수 있다. 그것은 다음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한 나의 글을 쓰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개성적인 글이다.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에 충실하면 된다. 거친 문장으로 쓰였더라도 이러한 글은 내용이 있게 마련이다. 내용이 있는 글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올 수 있고, 나아가 감동이나 여운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훌륭한 글이다. 잘 쓴다는 작가의 초기 작품을 보면 거친 문장으로 쓰인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문장은 거친데 반해, 작품의 내용에 끌리고 공감이 되며 감동이 있다. 꾸준히 쓰면서 좋은 문장을 구사하게 되는 된 것이다. 좋은 문장이란 글쓴이의 개성과 해석이 잘 드러나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글이다. 


그러니 글쓰기는 개성이다. 내가 경험한 것이 가장 특성화된 것이고, 독창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성실한 글쓰기가 개성을 중시하는 것이며, 글쓰기의 출발점 역시 개성이라는 것도. 나는 나다운 글을 쓰면 될 일이다. 남들처럼 쓸 필요 없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으므로. 개성에 충실한 글을 쓰는 것, 알고 보면 쉬운 일이다. 아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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