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르익어가는 사람들

11시 30분, 따뜻한 드립커피

by 신지원

아침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여느처럼 오던 단골손님이 보이지 않았고 테스트로 내려본 드립커피 맛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 듯한 지치는 하루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 한 대가 가게 앞에 섰고 익숙한 실루엣이 차에서 내려 카페 문을 향해 다가왔다.

“싸장님! 어떻게 이 시간에 오셨어요? 바쁘실 텐데…”

괜히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나는 사장님의 카페에서 처음 커피일을 시작했고 그때 커피 교육도 같이 받았다. 그곳에서는 1년 6개월 정도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평생 알고 지냈던 곳인 것처럼 편안하고 친근했다.

사장님은 카운터 안에서 늘 한 박자 느리게 움직였고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드리퍼 위로 물을 붓는 그 모습이 묘하게 고수 같아서, 나는 혼자 쿵푸팬더를 떠올리곤 했다. 둥글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내가 참 좋아하는 사장님.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싸장님”이라고 애칭처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카페를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여기 있을 때도 손님들한테 잘했지. 그렇게 하면 돼. 어느 자리에서 할지가 중요하니까 시간에 쫓기지 말고 천천히 알아보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얘기해. 같이 가서 봐줄게.”

가게 자리를 몇 군데 같이 봐주시기도 했다. 결국엔 내 고집대로 마음에 드는 장소에 오픈을 덜컥해 버리긴 했지만.

오픈 한 이후에도 한두 번 들러서 커피도 사주시고 격려도 해주셨다.

“출근하는 길에 들렀지. 어떻게 잘 돼 가?”

“아직 적응 중이죠 뭐.”

“맛있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맛없지 않게 하면 돼.”

몇 년 전 사장님이 커피를 가르쳐주며 내게 해준 말이다. 카페 운영을 하면서 무언가 잘 안 풀리고 답답할 때마다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저 말을 생각했다. 혼란스러운 나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주는 마법 같은 말.

“네. 맞아요. “

나는 씽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장님은 내가 내린 커피를 한 잔 다 드시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잘 마셨어. 또 일하러 가야지. “

”네, 또 봬요. “

사장님이 문을 나서고도 한동안 입가에 미소가 남아 있었다. 차분하게 식은 오후의 공기가 느껴졌다. 괜히 손놀림이 가벼워진 채로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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