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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꾸이 Sep 30. 2015

그 날, 그때, 그 곳 -

숨바꼭질 놀이

 <숨바꼭질 놀이>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없었어. 희미한 목소리의 여운만 남긴 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젠 내  마음속에만 들리는 그 소리.  


우리 동네에는 사방이 뚫리다시피 한 폐가가 있었는데 그 집에는 낡고 아주 큰 항아리가 불규칙적인 모습으로 즐비하게 있었어.


 술래 친구의 꼭꼭 숨어라 주문이 이어졌고 어린 나는 늘 생각이 났던 그 항아리로 부리나케 뛰었어.  친구의 목소리가 끊길 가 긴장하며 말이야. 


몸을 숨길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무릎을 굽히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와 공간 다만 오랫동안 두껍게 쳐져 있던 항아리 속 거미줄은 예상치 못했던 난관. 


친구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나는 고개를 푹 더 숙이고 숨소리 들키지 않으려고 숨을 참았어.


 "어디에 있는 거야? 여기 있나" 저벅 저벅 걸어오는 소리 마당에 풀 밟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어."정아 어디 있는 거야? 못 찾겠어." 


친구는 나를 찾으려고 부단히 도 애를 쓰며 폐가 뒤뜰부터 옆 통로까지 발걸음을 닿지 않은 곳이 없었어. 나는 긴장했고 들키지 않았으면 했어. 나는 반가웠고 나를 어서 찾아주었으면 했어.  


친구는 멀어졌고 갑자기 숨 막히게  조용해졌어.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때 나는 거미줄을 머리에 이고 항아리를 빠져나왔고 아무도 없었어. 


나를 찾던 아이들은 다들 집으로 가버린 후였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엄마가 해주는 저녁 먹을 시간이었으니까. 스산한 바람이 불었어. 


그래 나는 너무 꼭꼭 숨어버렸던 거야. 친구들은 숨바꼭질 놀이를 했는데 나만 숨바꼭질을 한 가지. 친구들이 항아리 가까이 왔을 때 작은 헛기침이나 인기척을 낼 수 없었던 거야? 그럼 우리는 숨바꼭질 놀이를 더 오래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정말 바보 같군. 


20년이나 훌쩍 더 자라 버린 지금도 나는 가끔 숨바꼭질 아닌 숨바꼭질을 하는데 늘 너무 꼭꼭 숨어 놓고 찾아주지 않는다고 내 맘 알아주지 않는다고 주위에  섭섭해하고 징징대는 꼴이 꼭 철없는 10살 애송이 같아. 


나도 이제 숨바꼭질이 아닌 숨바꼭질 놀이를 해야 할 텐데……. 애어른 어른애. 이제 서로 좀 만나 화해할 때도 되지 않았나. 


어른 노릇하기 어른 인척 하기 더럽게 힘드네. 젠장. 까짓 것 보여주자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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