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중에는 ‘경찰차’가 무조건 있습니다. 남자아이가 아니고 여자아이도 그렇습니다. 제 조카들도 다 그랬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찰차’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순찰차’를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아이들 장난감 중에는 ‘순찰차’만큼이나 많은 경찰차가 있습니다.
바로 ‘경찰버스’입니다.
경찰버스 장난감은 일반 버스와 비슷하지만, 외관의 디자인과 경찰의 상징 마크가 눈에 확 들어와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듯합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장래 희망 직업으로 경찰관을 뽑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저는 실제로 경찰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경찰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 듯합니다. 길을 걷거나 운전하면서 주차된 경찰버스를 많이 보게 됩니다. 대부분은 좋지 않은 현장에서 보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집회, 시위 현장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이나 화재 현장, 침수 현장, 가끔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현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친숙한 듯하지만, 누구나 쉽게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경찰버스를 ‘닭장차’라고 불렀습니다. 별로 좋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골집 마당 한 구석에 아버지께서 직접 만든 닭장의 마름모꼴 철망과 경찰버스 유리창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철망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유리창에 부착하던 철망은 항상 붙어 있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고 큰 시위가 있을 때마다 별도로 부착해서 사용하는 구조였습니다. 주로 시위대로부터 버스의 파손을 막는 조치였습니다. 현재는 별도의 호송 차량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경찰버스를 이용해 시위대를 호송하는 때에도 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부정적인 의미가 더 컸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폭력 시위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평화적인 집회, 시위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지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좋습니다.
저는 경찰관으로 근무한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올해 처음으로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근무가 매번 새롭습니다. 지난 6개월여를 근무하는 동안 위법한 시위는 거의 없었습니다. 매일 같이 집회, 시위 현장을 출동하지만, 평화적이고 신고된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법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시위 문화도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앞으로도 시위 현장에서의 위법성을 지적하거나 불법을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그런 ‘깜냥’도 저는 안 됩니다. 단지 제가 경험하는 일 가운데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편한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감시(?) 속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갈 때마다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부담감이 싫습니다. 무겁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주된 이유 중 한 가지입니다.
지난 2022년도 이전까지만 해도 경찰버스는 주로 의무경찰들이 더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집회, 시위 관리를 의무경찰들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의무경찰 제도 자체가 사라지면서 직업 경찰관들이 경찰버스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찰버스를 타는 경찰관들은 흔히 말하는 ‘기동대’ 직원들입니다. 정확하게는 ‘경찰관 기동대’입니다. ‘기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움직이거나 대처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위 현장에 주로 나가는 ‘경찰관 기동대’ 이외에도 ‘기동순찰대’가 있습니다. 기동순찰대는 순찰차나 9인승 승합차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찰버스는 경찰관기동대에서만 사용합니다.
사실 과거만큼의 부정적 이미지는 아니지만 현재도 기동대나 경찰버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 이미지 중 한 가지는 교통 혼잡 때문일 듯싶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운전자들에게서 가끔 듣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경찰버스를 혼잡한 곳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경찰버스는 경찰관들의 운송 수단만이 아닙니다. 합법적으로 집회,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도 경찰관 기동대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현장에서 보호하는 수단으로 경찰 버스가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찰버스에는 수많은 장비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패는 물론이고 진압복이 기본 장비입니다. 그 외에도 10여 가지의 장비가 더 있습니다. 크기나 무게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업무의 특성상 모두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장비가 있어 어느 현장이나 가까이에 있어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혼잡하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운전들이 볼 때는 교통 혼잡을 가중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인식이 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분명한 건 꼭 시위 현장이 아니더라도 경찰관 기동대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재해의 현장이나 범죄 피해 현장에도 항상 기동대 경찰관들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속해있는 경찰관 기동대에 대한 자긍심이 있습니다.
그 경찰 버스에 오늘도 저는 몸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