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그때와 2025년 지금, 물만골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황령산 북쪽 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은
연산동 연제구청에서 황령산로를 따라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황령산과 금련산 등반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임에도,
부산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 마을의 존재조차 모른다.
나는 옆동네에 살았던 인연으로 자주 이곳을 드나들며 물만골과 친숙해졌다.
수영 쪽 교통이 막히는 날이면 우회로로,
새벽 광안대교 해돋이를 찍으러 갈 때면 지름길로,
봄 벚꽃이 만개할 때면 산행 코스로 이 길을 택한다.
50여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 고요한 풍경도 언젠가는 재개발의 물결에 휩쓸릴 것 같다.
물만골의 소박한 일상을 더 오래 기억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