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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음식- 돼지국밥이야기

by 세상과 마주하기

부산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걸 빼면 앙꼬 빠진 찐빵이 아닐까.

부산음식 하면 몇 가지가 있다.

돼지국밥, 회, 밀면, 동래파전, 곰장어, 냉채족발, 어묵, 달걀을 올려주는 간짜장.


사실 특별한 것이 없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자라고 생활하는 이들에게 Soul food 같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부산의 음식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번은 돼지국밥의 썰이다.

2025년 현재 부산에는 1000여 개의 돼지국밥집이 있다고 한다.

사골을 고아 만든 뽀얀 국물의 국밥부터 고기를 고아 만든 맑은 국밥,

그리고 최근에는 국밥이 아닌 돼지곰탕의 형태로 수많은 국밥집들이 존재한다.


뭐가 꼭 더~~ 맛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의 삶의 한 부분이 된, 매일 먹어도 생각나는 그런 몇 집을 기록해 두려는 목적이다.


내 영혼의 돼지국밥집!


제목이 비장하다..

국밥집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의 돼지국밥집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부산에서 성장한 나에게 특별한 돼지국밥집들이 좀 있다.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국밥에 소주 한 병이 가능했던 집들..


최근의 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가는 돼지국밥집과는 연결점이 좀 없다.

나의 입맛과 그들의 입맛이 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약간의 썰을 풀어보자면

1) 부산대 앞 진주비봉식당/금정돼지국밥(폐업)- 의예과 시절, 그러니까 장전동에서 학업을 열심히 이어가고 있을 무렵!. 그 당시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곳이다. 나는 주로 금정돼지국밥을 찾긴 했는데 혹시 금정돼지국밥집이 만석이거나 친구 중 비봉식당의 광팬이 있는 경우는 앞집이었던 비봉으로.. 여기에서는 국밥이 안주로서의 기능만 발휘할 뿐이다. 국밥이 나오기 전 소주 한 병을 까고, 김치가 오면 또 한병, 그리고 국밥이 나오면 2-3병.. 그래봐야 총 1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이고.. 기억이 이리 선명해서야.


2) 부민동 제일돼지국밥- 의과대학시절 점심 한 끼에 소주를 마셨던 ㅋㅋ. 특히 시험기간 동안 단백질과 알코올의 부족을 한꺼번에 해결이 가능했던 집이다.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의대 2-3학년때는 시험을 오전 오후에 쳤던 때가 있었다. 오전은 메이저, 오후는 마이너. 그러면 오전 시험 치고 점심 먹으러 가서 한 table에 한병 시켜놓고 한잔…모든 테이블에 소주는 기본이었다. ㅋㅋ


3) 서면시장 – 포항국밥/송정 3대 국밥- 전공의 때 토요일 점심퇴근길에 들러 점심에 낮술, 그리고 나 위의 의국 선배님이 이 집을 진짜 좋아해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에는 꼭 전화가 온다. 한잔 할래? 예~~ 그러면 퇴근 후 국밥에 각각 소주 한 병씩 마시고 본게임을 시작했다. 원래 이 집들은 토렴을 해주는 국밥집들이었다. 최근 가게가 확장으로 하고 깨끗한 식당으로 바뀌면서 토렴 한 국밥이 아닌 따로국밥을 준다. 옛 추억이 사라져 버렸다.


4) 범천동 할매국밥- 부산의 대부분의 국밥집들이 사골육수(뽀얀)에 고기국밥인데 여기는 맑은 육수(고기육수)에 고기 국밥이다. 대학에서 스텝시절 이곳을 알게 되어 1달에 한두 번 퇴근길에 들렀다. 통후추가 조금 많이 들어있어 맵다는 느낌이 있다. 물론 수육이 좋다.


5) 동래수안시장-재민돼지국밥- 5-6년 전쯤 골목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알게 된 동래수안시장 안의 국밥집이다. 사진 찍다가, 주말 시장 보러 가면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잔으로 허기를 달래곤 했다. 뭐 해가 기울면 2병도 가능한… ^^ 생각만 해도 즐겁다. 구수한 그리고 옛 추억의 돼지국밥을 생각하면 딱 그대로다.


6) 수영로터리-엄용백돼지국밥- 우연히 수영로터리 밤길을 헤매다가 국밥집 아닌 듯해서 알게 된 곳이다. 처음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방문했었다. 먹으면서 첫마디가 이거였다.. 이거 부산 돼지국밥 아닌데.. 고급지다. 쿰쿰한 냄새가 전혀 없다. 이래가 어디 국밥집 장사하겠나 했는데 젊은이들의 입소문으로 이제는 줄 서서 먹는 집이 되었다. 음식은 맛나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부산의 국밥의 형태는 아니다.


(요즘 부산 미슐랭 빕구르망에 부산 돼지곰탕의 형태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 단언컨대 이건 이전의 부산의 음식이 아니다. 그냥 최근 돼지국밥이 고급화되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돼지곰탕을 폄하하는 의도는 없다.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이어진다면 진정한 부산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7) 연지동 연지시장 내 교통부돼지국밥- 이 집은 그 유명한 범천동 할매국밥집 넷째 며느리(?)가 운영하는 집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지시장 안 좁은 골목길에 국밥집이 있다. 시장 안 식당치고는 깨끗한 국밥집이다. 따로국밥의 고기 양이 좀 적은 듯 보이지만 후추맛의 맑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안주맛이 일품이라 테이블마다 소주병이 난무한다. 순대도 맛나다. 큰 순대를 입안 가득 넣으면 이거 입이 난리다. 흔히 파는 당면순대가 아니 찹쌀순대다….


8) 영주동- 평산옥(국밥집은 아님.. 돼지수육) : 유일하게 국밥집이 아니다. 돼지수육집이다. 이 집에 대한 기억은 들어갈 때는 멀쩡했지만 나올 때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의대 시절, 동문회, 서클 회비며 보조금 받으러 침례병원, 성분도 병원을 가면 선배들이 어김없이 이른 퇴근과 함께 이 집을 데리고 갔다.. 안주는 오직 수육과 국수.. 이게 밥이 아니라 안주다.. 선배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시원한 대선 소주에 수육 한점.. 죽인다. 그때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안다. 소주 한잔에 평산옥 수육 한 점의 그 맛을…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들어가서 어두워지면 나왔다. 지금도 여전히 수육과 따뜻한 국수를 판다. 단출한 음식이지만 내 가슴속 깊이 남겨진 음식이다.


IMG_9892.HEIC 2022 12 4 재민국밥 아이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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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97.HEIC 2023 2 11 연지동 교통부돼지국밥, 아이폰 14



IMG_0502.HEIC 2023 2 11 연지동 교통부돼지국밥, 아이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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