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산복도로는 단 한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다.
바다를 마주한 산자락 곳곳에 자리 잡은 마을들을 이어주는 길들이다.
영주동쪽 산복도로는 부산역을 등지고 텍사스 거리를 지나 걸어 올라가면, 버스길에 닿을 수 있다.
옛날 50년전 이곳엔 내 외갓집이 있었다.
명절이면 외할아버지는 어김없이 눈깔사탕을 준비해 두셨다.
굵은 설탕 알갱이가 겹겹이 발라진, 어린아이 입안을 가득 채울 만큼 큰 사탕이었다.
오래도록 입에 머금고 있을 수 있는 그 달콤함이 좋았다.
사촌들과 함께 그 사탕을 입에 물고 영주동 산복도로를 누비며 놀았다.
지금 이곳은 재개발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내 기억 속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 길을 걸으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시간은 흘러도, 어떤 기억은 그 자리에 남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