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역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기차가 달리는 그 자리,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동일대는 한때 파도가 치던 바다였다.
1913년부터 1939년까지 일제는 이 바다를 메웠다.
매축(埋築) - 일제는 매립을 이렇게 불렀다. 그렇게 바다 위에 땅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그때, 나는 처음 매축지마을을 걸었다.
영화 '친구', 원빈 '아저씨'의 장면장면이 펼쳐졌던 바로 그 골목들.
카메라 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이미 반쯤 사라져 가고 있었다.
부산의 과거를 품었던 이 마을도 이제 철거와 재개발의 물결 앞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저 멀리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옛 흔적들은 하나둘 지워지고 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생각한다. 얼마 되지 않으면 누가 이곳의 이야기를 기억할까.
지난 100여 년간,
바다였던 땅 위에 세워진 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나의 기억 속에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