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비싼 로봇'을 집에 두고 떠난 이유

일상영웅전 #13

by 원웨이브



조카가 씩씩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들고 있던 거대한 로봇 장난감을 던지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일 있었니?"


나는 조카에게 조용히 물었다.


"삼촌! 저 로봇이 얼마나 좋은 줄 알아요? 그런데 친구들은 바보같이 모르는 것 같아요. 몇 달 동안 엄마, 아빠 일을 도와가며 드디어 로봇을 샀는데, 친구들은 나랑 놀아주지 않아요. 저건 친구들이 가진 로봇 보다 더 크고 멋지고, 심지어 여럿이 함께 놀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 말이에요. 너무 속상해요."


조카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망울에는 억울함과 외로움이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며칠 전 비슷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던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늘 자신만의 별장을 꿈꿔왔다.


대기업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빠르게 승진하고, 개인적으로 하던 투자도 좋은 수익을 올리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결국 꿈꾸던 별장을 소유하게 되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설레는 마음으로 오랜 친구들을 초대했다. 하지만 별장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나마 친했던 나는 그의 회사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너도 알잖아. 그 별장이 어떤 건지. 난 친구들과 별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걸 꿈꾸며 모든 걸 버텨왔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별장에 혼자있으면 하나도 즐겁지 않아."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외로움이 조카의 표정과 겹쳐 보였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조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삼촌도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은 네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라.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편하고 즐거운지, 그리고 그런 시간을 얼마나 쌓아왔는지가 중요해."


조카는 고개를 푹 숙였지만, 이내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작게 말했다.


"그럼... 로봇은 집에 두고, 그냥 같이 놀자고 해볼까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별장을 소유하는 데만 신경 쓰느라 주변 사람들이 힘들거나 즐거운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들은 친구의 별장을 찾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 별장은 그들에게 편안한 곳이 아니었으니.


삶은 결국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시간을 쌓아왔느냐에 달려 있었다. 혼자만을 위한 장소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텅 빈 무대와 같았다. 정말 소중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이었다.


조카가 다시 친구들에게로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일상의 진짜 영웅은, 화려한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소박한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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