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비행기를 내려놓기까지 걸린 3분

일상영웅전 #14

by 원웨이브



조카는 비행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작은 손으로 쥔 비행기는, 방 한쪽에서 '부웅'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날아 올랐다. 평소에도 고집이 있고 집중력이 남다른 아이라, 나는 그런 조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밥 다 됐다! 어서 식탁에 와서 앉아!"


부엌에서 들려오는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슬쩍 웃었다.


하지만 조카는 비행기를 가지고 놀던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누나는 방까지 찾아와 물었다.


"왜 식탁에 오지 않는 거야?"


조카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제 본 그림책에서 비행기는 출발하면 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도착한대요. 이 비행기는 저 탁자에 12시 10분이면 도착할 거에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식어가고 있었지만, 누나는 흥미로운 듯 다시 물었다.


"그냥 밥 먹고 다시 놀면 안 될까?"


조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행기가 정확한 시간에 그 장소에 도착하지 않으면, 그 안에 있는 승객들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엄마."


조카의 말에 누나와 나는 마주 보며 슬쩍 웃었다. 그 순간, 방 안에 묘한 온기가 감돌았다.



조카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득 언젠가 온라인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강사는 물었다.


"만약 비행기에서 기장이

'이 비행기는 조금 전에 이륙했습니다. 정확한 도착 시간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 어딘가에 도착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언제,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살아가죠. 이리저리 비행하다 연료가 떨어지면 추락하는 거죠."



힘겹게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조카의 말은 묘하게 와닿았다. 회사가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며 노력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라는 비행기의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니 간간히 허무감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했다.


생각해보면 언제 어디로 갈 건지가 정확하지 않기에 불안했던 건 아닐까?



조카는 결국 비행기를 탁자에 정확히 내려놓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식탁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조카의 비행기 놀이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비행기처럼,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작더라도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그 시간에 맞춰 나아갈 때, 비로소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조카가 비행기를 내려놓고 식탁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결국 인생이란 정해진 시간과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와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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