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웅전 #11
동네 한쪽에 작은 문방구가 있었다.
오래된 간판이 걸린 그곳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가게가 아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불량식품을 쉽게 팔지 않았다.
"불량식품을 사고 싶으면 착한 일 하나 하고 와야 한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처음엔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돈이 있는데 왜 그냥 주지 않는 걸까? 하지만 곧 할아버지의 조건에 익숙해졌다. 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아이들은 지나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거나,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거나, 친구에게 연필을 빌려주는 작은 착한 일을 하고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불량식품을 건넸다.
"이제 네 몫이야."
한 아이도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불량식품이 먹고 싶어졌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쥔 채 가게로 갔다. "할아버지, 저도 착한 일 하나 하고 올게요." 그는 가게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놀이터에서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아이를 달래주고 가게로 돌아오자,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너도 네 몫을 받을 수 있겠구나."
그날 이후, 아이는 단순히 불량식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점점 익숙해졌다. 할아버지는 '절제'를 가르쳐주었다. 돈이 있어도 당장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그 순간을 기다리며 의미 있는 행동을 한다면 더 값진 무언가가 따라온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문방구 앞을 지나게 되었다. 낡은 간판과 함께 아직도 작은 가게는 그 자리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여전히 아이들이 가게 앞에서 착한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묻는다.
"할아버지, 꼭 착한 일을 해야만 불량식품을 살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변함없는 미소로 대답했다.
"그래야 진짜로 네 것이 될 수 있거든."
그 말을 들은 그는 조용히 웃었다. 스스로에 대한 절제가 있어야 진정으로 자유롭게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자유가 더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그는 그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절제는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원하는 것을 언제든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진짜 자유가 아니다. 기다림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치 있는 행동을 할 때, 비로소 자유는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