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의 청첩장을 받았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결혼할 줄 몰랐던 그의 결혼 소식에 얼이 빠졌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우리는 대학 동기간이고 우리 둘을 포함하여 5명이 단짝이었는데, 그들 중 지금껏 연락이 닿는 이는 M뿐이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의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다. M은 철거 일용직이었다. 우리의 전공과도 무관하고 그의 체력과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사는 이 작은 도시까지 그가 일하러 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 우연이 반갑고 또 고맙긴 해도 그의 한쪽 눈 시력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건 암울한 소식이었다. 시력 상실은 시간문제였다.
3시간 가까이를 운전해 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비록 그가 내 결혼식에 참석하긴 했어도 내가 제 결혼식에 참석할 줄은 몰랐을 거다. 그는 어느 결혼식의 주인공들처럼 경황이 없어 보였고 우린 아주 짧은 인사만 나눴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졸음을 참으며 나는 생경한 기분을 느꼈다.
M의 결혼식을 축하하고 그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이야 당연했다. 그러나 그만큼 서운하기도 했다. 이성적 감정이 없는 남사친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결혼을 하는 순간 연락이 뜸해지고 관계는 소원해질 것이다.
거기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 건 시간이 지나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였다.
J는 블로그 이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만나던 날부터 우리는 마음이 잘 맞았다. 그녀는 나보다 제법 어렸고, 아직 미혼이었다. 조심스레 비혼주의자가 아닌지 물었으나 자신은 결혼을 하고 싶다는 대답을 들었다. 처한 상황이 다르면 대화가 이어지기 어려울 만도 한데, 우리의 대화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그런 그녀가 남자를 만나는가 싶더니 연애가 깊어지더니 급기야 결혼까지 하게 됐다. 아직 결혼식은 조금 남았지만, 다음 주에 청첩장을 받기로 했다. 그전에도 주변의 소개로 소개를 받고 남자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건 유부녀에겐 도파민 싹 도는 얘기였다. 쉽게 켜지지 않는 그린 라이트에 아쉬워했으면서도 그녀의 결혼 소식이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마지막 만났을 때 그리고 이후 블로그를 통해 둘의 연애를 지켜봤다. 그녀가 얼마나 결혼을 원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개구쟁이 같은 마음은 또다시 아쉬웠다. 그 마음 때문인지 여러 가지가 탐탁지 않았다. 아유, 연애 때부터 저렇게 하면 예비신랑 나쁘게 길 드는데… 어차피 결혼하면 죽어라 할 건데, 뭘 미리부터 저렇게 남자한테 요리를 해줘?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다. 결혼을 일찍 한 사람은 충분히 청춘을 즐기지 못해 아쉽고, 결혼을 늦게 한 사람은 나이 들어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키우려니 힘이 달린다. 그런데 누구라도 그 두 가지 길을 모두 걸을 수는 없다. 그래서 미련이 남는 것이다.
나는 이미 결혼해서 살고 있으면서 늦게 결혼하는 이들을 보고 아쉬움을 느낀다. 그건 결국,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 타인은 그런 삶으로 남아있어 주길 바라는 이기심, 대리만족.
최근 만난 M은 결혼에 관해 큰 만족감을 보였다. 만약 아직도 혼자였다면 자신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과거 시력을 잃어가던 눈은 현재 거의 보이지 않게 됐음에도 그는 꽤 편해 보였다. 이전에 느꼈던 아쉬움이 흐릿해졌다.
앞으로 나는 그들에게 축하와 축복의 말만을 할 것이다. 내가 먼저 결혼생활을 했다고 그게 정답이 아니듯, 오지랖을 떨고 싶은 마음을 꿀떡 삼킨다. 이제 그들과는 같은 길을 걷는다. 그저 속도가 조금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