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가 참 다양해서...
*식탁 위의 무디(moody)한 크리스털 등처럼 무디어지는 판단들
부엌 세제가 떨어졌다. 주로 설거지와 식품 장보기를 누나네 아빠가 자주 도와주면서부터, 누나네 엄마는 제품의 상표가 바뀌어도 둔해졌다. 대체로 세탁세제, 세탁용 린스, 울샴푸, 부엌용 세제, 과일용 세제 정도이니 그림만 보면 그다지 헷갈릴 것 없다.
뒷베란다를 들여다보니 갈색 용기에 물비누가 있다. 늘 싱싱함을 연상시키는 연한 초록색 용기였는데... 이번엔 갈색 용기 제품이 할인을 했나 보다며 엄마는 갈색 용기를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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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 부착된 물비누 통은 깊이를 알 수가 없어 다 채워진 건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략 넣고 멈추는 편이다. 누나 엄마는 조심해서 부어 넣다가, 안이 보이질 않아 확인을 한번 하고 조금 더 부었다. 결국 지난번과 똑같이 넘치고...
'적당히, 잘...'이라는 게 늘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3주가 지나고 또 세제가 잘 안 나온다.
지난번에 넘치게 넣지 않았나?
누나 엄마는 다시 뒷베란다에서 갈색 통을 들고 왔다. 세제통에 넣으려는데, 문득 어제 사용한 울(wool) 세제와 비슷한 느낌이...
불길한 생각에 뒷베란다에 가서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 대는 엄마의 눈에 초록색 통도 발견된다.
아~
누나 엄마는 그동안 울샴푸(wool shamp : 모직 의류 세제)로 그릇을 씻었나 보다. 돌아보니 좀 잘 안 닦이고 미끄덩거리는 느낌은 슬핏 있었다나...
누나 엄마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각하지 않으려는... 대강대강 편히 생각하는 습관에 손발이 척척 맞으면서 이제 비누 구분도 치약 구분도 대강 대강이다.
울샴푸면 어떻고 부엌 샴푸면 어떤가?
누나 엄마는 예전보다 덜 정확해지고 실수가 잦아진 대신에 성격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매사에 정확하게 정리정돈을 하는 작은누나네는 아주 깔끔한 대신에 작은누나의 지적질이 좀 있다.
"엄마, 그건 거기 아니고 여기... "
등 소소하지만 가끔 불편한... 엄마의 젊은 거울인 작은 누나를 보며 엄만 지난 시간을 가끔 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이제부턴 엄마의 스타일은
'그런들 어떤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