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는 반려동물이 참여한 프로그램의 심리치료효과를 의미하는 용어로 원어번역 표현을 사용합니다. '동물매개중재'(Animal-Assisted Intervention)에는 '동물매개활동'(Animal-Assisted Activity),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동물매개교육'(Animal-Assisted Education), '동물매개상담'(Animal-Assisted Counseling)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어려운 어감의 '중재' 나 '매개' '치료' 용어 대신 2018년부터 축산과학원이 제안한 '동물교감치유'(Animal-Assisted Therapy)로 표현하고 있으며, 학술적으로 용어구분이 필요할 때는 원어번역 표현을 함께 사용 중입니다.
구석기시대부터라고요?
인간과 동물의 유대 (Human-Animal Bond, HAB)는 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한 개와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BC 14000년 전의 서독 개 화석, BC 12000년 전 북부 이스라엘의 개를 안은 여인의 유골 형태의 화석, BC 8500여 년 매장으로 추산되는 미국 일리노이 주의 유골 등을 근거로 학자들은 반려동물의 역사가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심지어 코넬대의 애덤 보이코 박사는 1만5000년전이라는 시점은 현존 개들의 조상이 중앙아시아에서 가축화된 개라는 것일 뿐, 다른 지역에서 먼저 가축화된 개의 존재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출처: 강주연 등, 2023 ; 김옥진, 2017; 동아시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8435).
9세기에 시작된 초창기 동물매개중재(AAI, Animal- Assisted Intervention)
동물을 매개로 사람 심리치료를 시도한 예로는 '9세기 벨기에 농장동물 돌보기를 통한 재활치료' 시도를 들 수 있다. 이후 점차 알려져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이다. 즉 1700년대에 초창기 보완대체의학으로서의 동물을 매개로 한 중재프로그램이 환자를 위해 시도되었다.
그 예로 1792년 영국의 정신장애환자들을 대상으로 York 수용소에서 ‘농장동물(토끼, 닭 등) 기르기’가 있었다. 이는 최초의 동물매개치료 사례로 알려져 있다(Beck & Katcher, 1996; Chandler, 2005; Jalongo et al., 2004; Serpell, 2000).
1800년대에 활약한 간호사로 알려진 Florence Nightingale(1820∼1910)은 1859년 올빼미를 비롯한 작은 크기의 반려동물이 만성질환자의 불안과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를 주는 것을 간호일지에 기록하면서, 작은 동물들을 간호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McConnell, 2002).
1867년 독일에서는 뇌전증 환자(epilepsy patients)의 심리적 안정을 목적으로 새, 고양이, 개, 말을 사육하였다(김옥진, 2017).
1873년 영국에 애견연맹(Kennel Club)이, 1884년 미국에 애견연맹(American Kennel Club)이 창설되면서 개의 품종관리와 분류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되었다. 두 애견연맹은 오늘날 반려견 사회화교육에 앞장서며, 교감치유견의 사회화 훈련의 국제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재활승마와 프로이트가 반려견과 함께 참여한 1900년대의 동물매개중재
* 재활승마와 프로이트(1856~1939)의 반려견이 참여한 심리치료
1901년 재활승마 치료가 탄생하고 1958년 영국에서 장애인용 조랑말 승마단체가 설립되었다. 1912년에는 정신분석학자 Freud가 반려견 차우차우 종 ‘Jofi (조피)’를 활용해서 심리상담과 동물매개심리치료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적십자사 (RED CROSS)는 1881년에 설립되었고, 1942년 미국의 파울링 공군병원에 입원한 부상 병사들을 대상으로 '개' 돌봄을 통한 심리치료를 최초로 시도하였다. 이는 공식적인 동물매개심리치료(AAT)로 기록되어 있다(김옥진, 2017; Alliance of Therapy Dogs, 2021; Smith, 2009)
* 1947년 Green Chimneys School 설립
(https://www.greenchimneys.org/)
11명의 3-6세 정서행동장애 아동을 위한 가족적인 분위기의 거주치료센터 특별농장이 1947년에 설립되어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6학년까지 그리고 정신장애아동들을 지원대상으로 확대하며 길들여진 가축, 식물, 야생동물의 중재활동을 통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Green Chimneys는 가족, 지역사회, 동물 및 자연과의 연결을 육성하는 안전하고 지원적인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였다.
1990년에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Human-Animal Interaction, HAI)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기관 간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창립된 IAHAIO(International Association of Human-Animal Interaction Organizations)의 정회원인 Green Chimneys는 현재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거주학교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이곳에서 학생들과 함께 관리하는 동물은 200여 종의 가축화된 농장동물, 야생동물 (domesticated farm animals and wildlife species), 부상당하고 인장이 새겨진 포식동물 (injured and imprinted birds of prey)로 구성되어 있다.
우연히 발견된 '동물매개중재' 현장에서 시작된 발전기(1960년대~1970년대)
미국의 Dr. Boris M. Levinson(1907~1984)은동물매개심리치료(AAT)의 아버지로 불린다. 1960년대 동물매개심리치료(AAT) 효과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American Clinical Psychologist)인 Dr. B. Levinson에 의해 공식적으로 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아동심리치료진료소의 환자대기실에 들어온 Levinson의 반려견 'Jingles'가 함묵증 증세의 소아환자와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어린 환자가 개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모습을 Dr. Levinson은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다. 이어진 진료실 심리치료에서도 반려견 'Jingles' 덕분에 처음으로 어린 환자가 매끄러운 대화에 참여하는 상황을 경험한 후 이를 계기로 Dr. Levinson이 '동물을 매개로 한 심리치료'를 연구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Smith, 2009).
아동 환자와 그의 반려견이 함께 있는 동안 그 환자가 정서적으로 안정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사와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lubricant) 역할을 하는 것을 목격한 Dr. Levinson은 개와 사람의 상호작용 효과와 개의 역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초기에는 동료 학자들과 학계에서 이러한 Dr. Levinson의 주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비웃는 등 논란이 일었다(Alliance of Therapy Dogs, 2021; Chandler, 2005; Fine, 2000).
우연히 발견된 인간과 동물의 라포(Rapport, 주 1) 형성의 긍정적 효과에서 확신을 가진 Dr. Levinson의 꾸준한 연구 결과는 동료학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동물매개중재의 발전기'로 만들었다.
주 1라포(Rapport) : 상호신뢰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두 사람 사이에 감정교류를 통한 공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 분석 치료 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관계(信賴關係)의 기본이 되는 친밀도(親密度)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으며 현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례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로도 사용된다(출처: 서울아산병원 https://www.amc.seoul.kr/.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