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160년 전 과거로 가 버렸다.
내가 과거로 가는 때는 어떤 백인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였고, 반대로 내가 현재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죽을만큼의 위기에 처해졌을 때다.
노예제가 존재하던 1815년은,
흑인이고 여성인 내가 견디기에는 몹시 척박하고 위험한 환경이었다. 의료, 위생, 문화, 관념 모든 것이 후지고 미흡했다. 나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갔다. 놀라운 것은 과거의 한 달이 현재에서는 몇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의 몇 일에 해당하는 기간에 과거를 오고가는 사이에 그 곳의 사람들은 늙고 죽고 태어났다.
나는 나를 불러낸 백인 아이와 그의 부모가 거느린 노예들과 같은 흑인 노예로,
인권이 없는 여자로,
낯선 이방인으로 함께 살았다.
타임슬립을 도구로 사용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흔한 소재다. 그러나 자신을 과거로 소환한 백인 아이의 성장을 그의 노예로 살며 증오와 연민으로 동참하는 주인공의 복잡하고 오묘한 입장은 작가가 만든 이 소설의 특이점이 아닌가 한다.
계급, 성, 인종차별이 과거보다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인류는 진보하고 있고, 외적인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기록된 역사를 통해 배웠고 모두가 동의 한다고 믿는다. 때문에 이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과거로 쓸려갔을 때 그 상황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정말 인류는 진보하고 있을까?
요즘 현실을 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심과 어그러진 신념에 얼마나 쉽게 사람들이 오염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고 있다. 인간은 늘 개인의 이익과 집단적 신념에 취약하다.
타임슬립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 바뀌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되돌아 와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굳건한 현실이 유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소설은 일단 엄청 재미있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