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르게 예측하고 예측 불허라고 말하는 심리에 대하여
(대문 사진 출처 : Unsplash 'Library of Congress')
트럼프는 예측 불허일까? 초지 일관일까?
미국 얘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전세계가 트럼프와 머스크의 입, 정확히는 SNS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누구와 함께 '트럼프 2기'를 시작할 지 관심이죠. 우리가 나라 밖 다른 나라 대통령와 그 참모들에게 관심을 갖는 건 모든 게 돈 문제로 귀결됩니다. 관세 장벽을 선거기간 내내 내세웠는데, 임기 시작 전부터 중국, 멕시코, 캐나다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겉으론 '펜타닐'로 대표되는 마약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지금 트럼프는 가장 확실한 카드를 쥐고 국제 정치를 뒤흔들 모양입니다.
흔히 정치 전문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경제 문제 얘기할 때는 항상 트럼프에겐 '불확실성'이 같이 따라다녔죠. 사전을 찾아봅니다.
예측하다
미리 헤아려 짐작하다는 말입니다. 미래의 결과가 어떠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는 건 준비하기 위해섭니다. 기업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 예측하고, 개인들은 남들보다 미리 준비하기 위해 날마다 예측합니다. 우리 삶을 보니 예측의 연속입니다. 예측이 없이는 주식이나 가상화례를 살 수도 없고, 집을 옮길 수도 없습니다. 미래의 가치가 오를 거라고 예측될 때 사기 때문입니다.
2024년 미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조차도요. 전문가들의 예측이 그랬습니다. 과거 경험을 볼 때 결과는 이러했다며 초박빙 접전지에서 마지막까지 승부가 예측 불허로 갈 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예측과 그걸 그대로 전한 언론들의 예측은 정확히 빗나갔습니다. 개표는 시시하게 끝났고, 트럼프의 승리는 일찍 확정됐습니다. 예측은 왜 틀렸을까요?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고 투표를 반대로 했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방법이 틀려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 늦게 포기해서? 해리스 후보가 여성이기 때문에? 살기 힘든 미국 시민들이 이번에는 바꿔보자고 막판에 움직였기 때문에?
"트럼프는 가장 예측 가능한 사람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관성이 없어보이는 것이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관성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대통령이 되는 방법을 찾아 일관되게 추진했습니다. 재임 시절에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추진했던 민주당 출신 대통령보다 더 파격적으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담판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의 중심에서 연출할 줄 아는 대통령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의 사업가답게 그에게 대통령이란 직업은 그야말로 직업입니다.
4년 전 대선에서 패배했던 트럼프는 철저히 일관되게 다음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기성 언론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논조의 기사를 양산할 것을 예상하고 '가짜뉴스' 프레임을 줄곧 내세웠습니다. 언론사도 인수했죠. 그 언론사를 통해 기사를 생산해내기 보다는 일종의 메시지입니다. 기존 언론들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죠. 자신의 메시지는 X(예전 트위터)를 통해 메시지를 더 빠르게 전달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를 만난 건 기업으로 치면 최고의 M&A에 성공한 대선 전략이었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연일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모두가 트럼프의 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더 세게 때리고, 가까운 이웃들에게도 예외없는 높은 관세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에 대한 거친 발언은 정치인에게는 금기의 영역이지만 트럼프는 일관되고 예측가능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트렌스젠더 군인을 추방하는 행정명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그 인원이 15,000여 명에 이를 거라고 미 언론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흥정에서 이기기 위해 기준점을 잡고 있는 트럼프
저는 트럼프 당선인에게서 상인의 모습을 읽습니다. 그것도 흥정에 아주 능한 전형적인 고수입니다. 중국이나 동남아, 유럽 관광지나 재래시장을 갔다고 생각해보죠. 가격표에 붙어있는 물건값을 보면 터무니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원하게 깎아주지도 않습니다. 흥정의 기본은 깎는 것에서 나옵니다. 비교에 의한 착시효과라고 하죠. 물건 자체가 비싸도 더 비싼 걸 옆에 두고 보면 상대적으로 그 물건이 싸게 보입니다. 굳이 사지 말아야 할 물건도 바겐 세일 기간에 싸게 장만했다고 생각하면 '득템했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그렇습니다. '일관적인 사업가 ' 트럼프는 기준점을 일단 중국으로 잡았습니다. 오늘은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끌어 들였습니다. 이러다가는 지구촌이 서로 잘 살아보겠다며 만들어놓은 FTA나 협정을 모두 깨뜨릴 기세입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일관됩니다. 중국에 대해 관세 폭탄을 매겨놓고,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그래 우린 중국보다 낮다'고 보이게 합니다. 테이블에는 모든 걸 올려놓을 겁니다. 가장 큰 속내는 안보이게 할지도 모릅니다. 상대방들이 모두 그쪽을 볼 때 실제로는 다른 쪽에서 실익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1기 때와 달리 2기를 시작하는 트럼프의 나이는 더욱 고령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보다는 도움을 얻었던, 도움을 주고싶은 사람들에게 더욱 당근을 나눠주려고 할 겁니다. 많은 나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른바 '돈이 안되는' 가치들은 당분간은 미국과의 흥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겁니다.
미군을 싸게 이용하고 있다던 트럼프가 방위비를 얘기하지 않고 한국의 조선이 미국을 도와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걸 보고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면 트럼프를 정확히 모르는 겁니다. 트럼프는 예전에 그랬듯 여전히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예측 가능합니다.
트럼프와 같은 상대방에겐 풍지관
주역의 20번째 괘는 풍지관입니다. 땅(☷) 위에 바람(☴)이 있는 걸 뜻합니다. 주역은 이걸 왜 '관망'이라고 풀었을까요? 바람이 불고 있으니 일단 살펴보라는 겁니다. 관망, 즉 예측은 선입관을 버리고 한 곳만이 아닌 이곳저곳을 돌며 바람처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바람은 개인이나 조직, 나라에도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주역을 풀이한 책에서는 힘이 없으니 추진하지 말고 관망하라고 하거나 나그네의 여행처럼 관망하라고 합니다. 관망에서 새로움이 나옵니다. 공자는 바람은 사물을 새롭게 한다고 했습니다. 상대의 의도를 섣부르게 예측하기 전에 관망부터 할 일입니다. '트럼프 2기'를 앞둔 지금은 풍지관이 딱 들어맞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