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넓게 봐라

by 취한하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지나간 일에 대해 미련을 잘 갖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어. 그중 하나가 젊었을 때 외국에 나가지 않은 거야. 아빠가 처음으로 여권을 만든 것이 아마 서른 살에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 그전까지 아빠는 대한민국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 아빠 친구들은 어학연수를 가기도 하고, 유학을 가기도 했지만, 아빠는 계속 대한민국 안에 머물렀지.


아빠가 대한민국을 벗어나지 않은 것은, 외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빠의 시야가 대한민국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더 큰 이유일 거야. 대학을 가기 전까지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목표였고, 대학을 간 이후에는 좋은 곳에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 외에 별다른 목표가 없었어. 당연히 우리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었지.


아빠가 처음 외국에 거주해 본 게 아빠가 32살 때야. 일본 지사로 가서 4개월 정도 일했는데, 그때 비로소 세상이 생각보다 넓고, 외국에서 지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 하지만, 아쉽게도 가족을 다 데리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으로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후로 여행 외에는 해외에 갈 일은 없었어.


그래서 아빠는 너희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던 곳을 얼마든지 직접 가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원하기만 하면 세상 어디서든 공부를 할 수 있고, 어디서든 일을 할 수도 있고, 어디서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해주고 싶었지. 그래서, 첫째가 9살이 된 이후에 첫째만 데리고 홍콩과 유럽에 다녀온 거야. 둘째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나갈 수가 없어서 아쉽네.


우리 때와 다르게 지금은 젊었을 때부터 해외로 많이 나가는 것 같아. 여행으로도 많이 가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도 많이 가고, 일을 하기 위해서도 많이 가는 것 같아. 아빠가 너희에게 몇 번 말한 적이 있지? 우리나라에서 명문 대학 가는 것보다 유럽에 있는 유명하지 않은 대학 가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아빠는 지금도 서울대학교보다 유럽에 있는 어느 대학을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대학생 시절에 하는 공부는 어디서 하든, 결국 자신이 하기에 달린 거야.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보고 경험하는 것들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져. 그리고 학교에서 한 공부보다, 학교 바깥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이 살면서 더 큰 자산이 된단다.


외국 생활이라는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외국에서 지내든 한국에서 지내든, 그것은 너희가 선택하면 돼. 다만, 아빠는 너희가 한국사람이니까 당연히 한국에서 공부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 너희에게 맞는 곳에서 너희에게 맞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 그러기 위해 세상을 넓게 보고, 너희에게 맞는 것을 찾았으면 하는 거야. 세상 어디든 너희가 못 갈 곳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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