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8:00
첫 번째 알람이 울린다. 저혈압과 빈혈이 심하기에 벌떡 일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첫 번째 알람은 눈뜨는 시간, 말 그대로 눈만 뜨는 시간을 알려준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아침을 맞이한다. 그리고는 눈을 깜빡거리거나 심호흡하면서 여전히 잠자고 있는 몸을 깨운다.
AM 8:08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몸을 옆으로 돌려 손으로 매트리스를 짚고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는다.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하고, 정말 짜증 날 때는 돌고래 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무튼 너무 급하게 움직이면 현기증이 오기 때문에 나무늘보 같은 속도로 천천히 손을 뻗어 전날 밤에 떠 놓은 물을 마신다. 물 양은 딱 180mL인데, 가능한 한 다 마시려고 노력한다.
AM 8:13
마지막 알람이 울린다. 이제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일 좀 보고, 체중계에 올라간다. 이때 나오는 숫자에 따라 그날의 운동량과 점심 메뉴가 결정된다. 이쯤 되면 잠에서 완전히 깬 상태이니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재빨리 아침 음료를 마신 다음 출근 준비를 하든, 운동을 하든 그때그때 일정에 맞추어 생활한다.
겨우 십오에서 이십 분 사이의 특별할 거 없는 루틴이지만 꽤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다. 분까지 정확하게 맞추어 움직이고, 어지간한 일 아니면 바뀌는 법이 없다. 사실 언제부터 이렇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아침을 미워한다. 아침의 내 모습은 얼핏 보면 규칙적인 듯하나, 실은 알람의 노예이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 투성이다. 내가 나의 주인이고 싶지만 아침에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나에게 아침은 재미없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 시간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은 세 달 전부터다. 체중을 잰 후에 늘 마시던 커피를 더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고, 한 잔이라도 줄여보고자 채소 주스로 바꾸었는데 처음 몇 주간은 머리가 콕콕 쑤셨지만 지금은 참을만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맛이나 향을 의식하고 마시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 마시듯이 그냥 꿀떡꿀떡 들이켰다. 그런데 요즘 채소 주스를 마실 때는 맛도 음미하고 건강해지는 기분도 즐기면서 행복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주스가 맛있어서라기보다는 커피 마시지 않기를 잘 지키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해서 그런 듯하다.
아침이 즐거웠던 적이 별로 없는 나에게는 낯선 기분이지만 싫지 않다. 무언가를 자제하고 스스로 컨트롤한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던가. 늘 같은 일상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다 보면 언젠가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