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디프는 왜 융자를 받지 않을까?
안녕, 나 양벼락이야.
4월이 되었어.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들 하지만 목련은 올해도 예쁘고 벚꽃은 벌써 비 맞아서 꽃길을 만들어버렸지. 엘디프의 올해 4월은 다행히도 화창해지는 중인 것 같아. 2023년 4월을 생각하면 정신이 바짝 들고, 올해의 이 회복되는 느낌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약간의 불안함 속에 있어서 이 훈훈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나 봐.
2023년 봄의 나는 '내가 무엇을 놓쳤을까?'를 늘 고민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지만 2024년 봄의 나는 '나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도닥일 수 있는 능력이 쬐끔 생기게 되었다고 하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느낌이 전달 될까 싶다. 바로, '대출과 투자 없이 스타트업 하기'야.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고성장), 불확실성에 도전하지만(고위험), 돈은 잘 버는(고수익) 신생기업으로 정의돼. 그런데 요즘은 '혁신'이라는 단어가 대변하는 영역이 비단 기술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새로운 유통 모델 제시 등 아이디어적인 측면도 커버하고 있어서 단순 유통, 제조와 같은 전통 오브 전통 사업만 아니라면 스타트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아. 이렇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어디까지 커버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어. 그런데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웬만하면 이견이 없을 것 같아. 그러니 '대출 혹은 투자'(앞으론 '융투자' 혹은 '융투'라고 할게)는 스타트업과 늘 함께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인 것이지. 그런데 융투 없이 스타트업을 한다? 그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엘디프가 바로 그런 스타트업이야.
엘디프의 은밀한 부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서 이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이 좀 있었는데
어차피 아무도 안 읽고 나만 떠들고 말 거니까ㅋㅋㅋㅋㅋ 오늘도 신나게 떠들어볼게!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4
융투자 없이 스타트업 하기
스타트업 운영 성과 중 하나, 융투자
이게 참 웃기지만,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융투자를 얻어낸다는 건 그 스타트업이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훈장이기도 해. 아 물론 신용대출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사업화 자금으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해줬거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를 받았다면 그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어. 융투가 성행하는 시기에라도, 돈은 돈 되는 곳에 머무르게 되는 거 같아.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출은 상환의무가 있고, (나는 투자도 상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투자는 망하면 날릴 수도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출보다는 투자를 선호하게 되는 거 같아. 그래서 많은 기관이나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기존에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는 거겠지. 누구나 처음으로 남들이 안 가본 길을 가는 건 무섭잖아.
엘디프는 왜 융자를 받지 않을까?
융자를 받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지분을 방어하면서도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 같아. 그리고 회사의 실적이 좋다고 해서 그 실적에 비례하는 수익을 은행에 제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빌린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주 좋은 자금 유치 방안이야. 대신 다달이 이자가 발생해서 고정 비용이 높아지고,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대표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은 종류의 상품을 대량으로 제작해서 객단가를 낮추는 대신에 빠른 시간 내에 그 상품들을 대부분 판매해 낼 수 있다면 제작비를 융자로 끌어오는 것이 좋은 선택인 것 같아.
엘디프가 융자를 받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생산에 들어가는 생산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야. 물론 돈이 없어서 많은 비용을 들일 수도 없었어. 사설이지만 나 처음 엘디프 창업할 때 꼴랑 100만원 들고 시작했고, 심지어 그 100만원 중에 40만원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작품 구매하는 데 플렉스 했었다! ㅋㅋㅋ 포토샵도 못하는 애가 유튜브 보면서 상세페이지 만들고, 주문 들어오면 혼자 꼼지락 꼼지락 액자 만들어서 포장하고, 우체국까지 이따 만한 박스들 들고 가서 일일이 손으로 송장 써서 배송하던 사업이 여기까지 왔다고 하면 믿어져? 돈이 없으니까 정말 생산 비용을 낮추지 않을 수 없더라고.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작품 하나가 판매되면 순수익의 최대 50%를 아티스트의 저작권료로 분배한다'는 예술공정거래라는 개념이야. 저작권료를 선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되면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이지. 저작권료가 시장 평균 대비 2~5배 정도 되기 때문에 상품 한 개 당 콘텐츠 생산 비용이 비교적 높은 편이긴 하지만 판매 후에 지급한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많은 돈을 끌어오지 않아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더라고.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작가님들께서 기존에 창작해 놓으신 작품의 저작권을 이용하는 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생산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가끔 인터뷰를 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서 '예술공정거래'를 시작했냐는 질문을 받는데, 난 늘 솔직하게 말해. 그런 거창한 이유는 처음에도 지금도 없고,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생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두 번째는 주문 후 생산하는 방법을 적용한거야. 아까 내가 상단에서 말한 것처럼 대량 생산을 하면 객단가가 낮아져서 같은 가격이라도 마진이 높아지지만 초반에 들여야 되는 비용이 높아지게 돼. 우리는 마진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판매가 되면 제작을 시작하는 주문 후 생산을 통해서 재고 관리의 부담을 덜었지. 반품이 되면 재고가 생기지만, 실제로 반품 재고는 전시나 협찬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재고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구. (잠시 노파심에 말하자면, 주문 후 생산은 주문제작 상품이랑은 다른거야. 간혹 주문 후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이 시작되면 반품 안된다고 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인터넷상거래법 상 판매자가 제시한 옵션(사이즈, 액자 색상 등등)을 소비자가 선택해서 주문한 상품은 기성품 판매랑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엘디프가 예술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이라서야. (이건 하던 이야기 계속 이어가다가 쩌~ 아래에서 더 이야기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