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오픈, 뿌듯한 내 마음
불완전한 오픈, 뿌듯한 내 마음
시작이 반이다!
9월 20일, 생일이 되었고 드디어 오픈을 했어.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라는 멘트를 날린 자의식 과잉의 양벼락이었지. 홈페이지가 공식 오픈되었다고 말은 했지만 나이스페이 결제모듈이 심사중이었기 때문에 무통장입금만 가능한 때였어. 심사가 10월 초에 마칠 예정이었었나봐. 무통장입금으로라도 구매해주시면 사은품을 보내드린다고 호기롭게 적어놨네? 물론 10월 초까지 주문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도 사은품 못 줬지 뭐야. 하하핳....
이 때의 나는 온라인 광고도 모르고(지금도 잘 모름), 홈페이지 구성도 모르고(지금도 잘 모름), 내 동생이 식스샵이라는 웹빌더를 찾아내서 도와준 덕분에 어찌저찌 홈페이지를 오픈한 상태의, 사시미 같은 날 것이었어(물론 지금도 잘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음.) 그래도 나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정방형의 공지를 준비해서 올렸었나 봐.
그래도 디자인 한 번도 배운 적 없는데 나름 깔끔한 공지 아냐? 반투명으로 음영도 주고 말야. 글씨도 나름 나눔스퀘어 찾아서 한 거 보라구. 한편으로는 가소로우면서 한편으로는 좀 애처롭지 않니? ㅋㅋㅋㅋㅋㅋ
나만 데드라인 지키고, 나머지는 다 연기되기 마련이지
난 데드라인은 하여간 지키거든. 근데 내 데드라인이랑 남의 데드라인은 상관 없는거잖아? 분명히 10월 초에 나이스페이먼츠 심사가 완료될 거라고 안내 받았는데 이 때 정부가 갑자기 대차게 대체휴무를 늘렸었나... 개천절이랑 겹쳤었나 어쨌었나... 추석 연휴가 10일이나 되는 엄청난 기간이었어. 그래서 엘디프 홈페이지는 한 달 동안 무통장 입금만 가능했었어.
10월 말까지 무통장입금으로라도 구매하면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를 연장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 근데 역시 아무도 사은품은 받아가지 못했어...
그래도 넋 놓고 놀지는 않았어
카드는 안 돼도 네이버 로그인은 되게 하겠다고 네이버아이디로그인(일명 네아로) 기능을 홈페이지에 갖다 붙여 넣는다고 정말 오만 삽질 다 했다. 되게 간단한 거 알아. 지금 보면 정말 간단하고, 하라는 대로 하면 다 되는 건데, 내가 디자인도 한 적 없지만 컴퓨터는 더 한 적 없거든. 나에게 컴퓨터는 크롬과 한글, 엑셀만 되면 다 컴퓨터였기 때문에... (물론 지금도 뭐가 나아지진 않았어.) 아무튼 네아로가 되면 사람들이 좀 사줄까 하는 생각에 진행했던 것 같아. 유입도 없었는데 문만 열어 놓으면 뭐 하겠어? 또 시간은 흘러만 갔지.
그러다 어느 날 첫 주문이 들어온거야!!!!!!!!!!!!!!!!!!!!!!!!!!!!!!!!!!!!
시즈닝그라피 - 푸른오름
덕업일치 Issue No.12의 커버로 선보인 작품은 엘디프 홈페이지 공식 오픈 막판에 겨우 계약을 체결한 사진작가 부부 시즈닝그라피이다. 지난 편에서 전희성 작가의 <물수제비>를 소개하면서 그 작품이 엘디프의 첫 판매를 개시해주었다고 적었는데, 오늘 엘디프의 첫 판매를 개시해주었던 작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 지난 판매 내역을 제대로 살펴보니 이 작품이다. (물수제비는 두 번째였다!) <푸른오름>이라는 작품명은 너무도 바빴던 시즈닝그라피의 제안으로 감히 내가 이름을 붙였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시즈닝그라피의 남편을 담당하는 김창규 작가님이 나의 대학교 동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과 OT에서 처음 만난 창규작가와 나는 모두 경영과 관련 없는 길을 걸었다. 나는 정치외교학과로 전과를 하면서 경영학과를 떠났고, 창규작가는 사진기를 손에 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사진작가가 되었다. 그러다가 각자 '엘디프'와 '시즈닝그라피'라는 '생존 경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각자 노는 무리가 달라 엄청나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안 친하다고 하기엔 대학교 1학년이라는 시절이 갖는 새로운 경험 속에서 만난 인연이기에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할 것이 없다. 둘 다 힙합을 좋아하여 날씨가 좋은 날에 우연찮게 마주치면 에픽하이의 '평화의 날'에 나오는 "바보같고 못난 짝사랑도 오늘 딱 하루만 사귀어줘~!"라는 부분을 부르며 오늘은 1일 커플이라도 하자며 서로가 서로를 솔로라고 조롱했다. 술 마시고 취한 모습 보기를 여러 차례, 군대 가기 전에 다 같이 한 잔 하기도 하고, 휴가 나온 창규작가도 기억이 나는 것 같고, 창규작가를 구원해 준 미스차를 처음 만난 날 그 시원시원한 성격에 김창규 복받았다! 싶었다. 한 번은 제주도에 내려가 시즈닝그라피의 실내 스튜디오에서 제품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제는 제주도의 셀럽이 되어 공중파도 나가고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멋진 시즈닝그라피. 대학에서 만난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도 신기하다.
작품 정보 - 푸른오름, Photography, 2017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