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임신에 매달렸었다.
나는 허니문베이비를 꿈꿨다.
언제 임신할지 몰라서 항상 조심했던 것 같다.
향이 강한 핸드크림도 잘 쓰지 않았다.
향이 좋은 바디워시도 잘 쓰지 않았다.
화학 물질이 피부에 스며들까 봐 조심했다.
성분이 좋은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옷을 잘 사지 않았다.
우습게도...
임신이 되면 임부복을 입게 될 테니 지금 체형에 맞는 옷들을 많이 사봤자 임신 기간과 육아 기간을 포함해서 약 2년은 못 입을 테니 예쁜 옷을 사는 것은 나중으로 미뤘다.
그렇게 많은 것들은 곧 찾아올 것만 같은 불확실한 '임신'에게 저당 잡혔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조금은 덜 신경 쓸 것 같다.
봄이면 화사하게 밝은 색으로 염색도 해보고,
주말이면 한껏 멋을 내고, 향이 진한 향수도 맘껏 사서 뿌려볼 것 같다.
"금방이 언제인데?"
금방.
곧.
금방 찾아올 것만 같았다.
신혼 때 야경을 보며, 시작하는 결혼 생활을 축하하며 우리는 와인잔을 기울였다.
모든 게 완벽했던 그날 밤.
요즘에는 배란일 즈음되면 술은 마시지 않는다.
분위기를 내는 와인도 잘 안 마신다.
임신에 지장이 될까 봐 술을 자제하려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씩, 남편과 신혼 때 마셨던 그 와인 한잔이 생각난다.
이렇게 늦어질 줄 알았다면 더 자주 남편과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가졌을 것 같다.
와인에는 분위기를 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주고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여행을 가서 호텔에 묵을 때, 와인과 와인 오프너를 챙겨가서 한잔씩 가볍게 와인을 마셨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와인 오프너를 챙기는 것을 종종 잊는 바람에 집에 새로 산 와인 오프너만 5개쯤은 되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면서도 행복해진다.
우리 부부가 와인과 함께 했던 좋은 추억들이 생각난다.
와인을 선물 받으면 '어디로 여행 가서 마실까?'라면서 여행 계획을 짰었다.
와인을 챙겨가려고 대중교통보다는 차로 이동하자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여행에는 '와인'을 가져가서 분위기 좋은 시간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신혼이다.
지금은 남편을 더 사랑한다.
결혼 초 느꼈던 '설렘'을 넘어서 더 깊고 진한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다.
임신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편안하게 있어야지 아이가 생긴다고 한다.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 생각들도 아이를 만나면 하나도 생각도 안 날 만큼 작아질 것만 같다.
임신을 위해 포기한 것
또는
임신을 위해 노력한 것을 적어보았다.
이건 그저 기록이다.
그랬었다는 기록.
요즘엔 조금씩 향이 좋으면서 성분도 좋은 핸드크림을 쓰기 시작했다.
좋은 향기는 기분을 좋게 해 준다.
너무 임신에 매달렸었다.
오늘은 남편과 와인잔을 기울이며 로맨틱한 밤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