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곳은 안전해

삶의 어떤 기술,윤유나

by 하리

#시시한하루


삶에 어떤 기술이 있어야 잘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삶은 어쩐지 즐겁지만은 않은데. 세상은 폭력과 상실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은데.


나에게 삶에 어떤 기술이 있다면, 그저 무난하게 평범한 듯 괜찮다고 살아가는 담담함이 아닐까. '나한테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나'(약자)니까 그렇게 말해도 될 거야.


'나를 사랑하는 일과 사랑하지 않는 일이 동시에 벌어'(결혼 없이 하지) 지는 이 마음을 당신은 알까? 이 모순된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슬프기보다 무기력해지곤 했는데. 삶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겠어. 그냥 사는 거지. 뭐 그리 대단히 행복하고 기쁘고 설렐 필요 있어? 인간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그렇게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따윈 다 잊어버린 것만 같고. 그런데도 시인은 '인간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삶의 어떤 기술)나봐. 시인은 따뜻한 사람이구나.


너무 잊고 싶어서 매일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 인정해야겠다. '그래. 그냥 바다. 그냥 마냥 좋아하는 마음'(그냥 바다)이라고.


그러나 나는 결국 혼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 빈방에 갇혀버렸고 이곳은 안전해.

감정을 죽이고 마음을 숨기고

건조하게 평온하게.

이것도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네가 빠져나간 빈방에서

구석으로 몰린
흔적 없는
네가 오길 기다리다가
나 없이

식탁에 앉아 오늘의 햇살을 누리고

밥을 먹고

같이 웃고

원하면 울었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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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