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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려도 행복한 요가강사입니다

by 모모제인

최근에 일을 하나 그만두었다.

수입의 삼 분의 일을 벌던 곳이었다.

타격이 컸다.


발단은 매니저의 전화였다.


진상 회원들 때문에 수업하기 힘드시죠?


당황했다. 오히려 반대였다.

나를 걱정하는 듯한 말로 운을 띄웠지만

매니저의 본심은 딴 데 있었다.


이번 달 수강생이 7명이네요.
폐강인 거 아시죠.


당황했다. 이미 개강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어지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회원이 줄고 있네요.


일한 지 한 달 된 강사에게 무슨 기준으로 하는 말일까. 10명, 11명이던 수업이 7명, 13명이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센터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만두겠습니다.


가만 듣다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매니저도 당황한 듯했다.

그렇게 수입의 삼 분의 일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나는 프로 운동강사다.

고객의 반응은 나의 책임이다.

의견은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매니저는 조급했다.


앞으로 등록 인원과 폐강 여부에 안달하게 될 것 같았다. 여기서 좋은 수업을 하게 될 자신이 없다. 회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나누기는 어렵다. 그룹 수업의 본질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만족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이탈한 소수는 신규 유입으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충성고객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대부분)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한다.

쉽게 대체될 수 있고, 쉽게 그만둘 수도 있다. 전문성이 없으면 쉽게 대체되고, 맞지 않으면 쉽게 그만둘 수 있다.


나에게 Only ONE은 일하는 센터 개수가 아니라

오직 "내 전문성" 뿐이다.


1이라는 숫자는 매우 위험한 숫자야. 세상에는 단순한 법칙이 있지. 한 사람만 섬기는 한 수입은 안정적이지 못해 샐러리맨은 자신의 고용주 한 사람만 섬기잖는가. 세일즈맨은 많은 고객을 섬기거든. 그래서 우수한 세일즈맨은 수입이 많아지기 마련이지.

-비상식적 성공 법칙, 간다 마사노리


수입이 삼 분의 이로 줄어도 나는 행복하다.

안 맞아도 참고 일했던 세월들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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