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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Oct 13. 2024

짤려도 행복한 요가강사입니다

최근에 일을 하나 그만두었다.

수입의 삼 분의 일을 벌던 곳이었다.

타격이 컸다.


발단은 매니저의 전화였다.


진상 회원들 때문에 수업하기 힘드시죠?


당황했다. 오히려 반대였다.

나를 걱정하는 듯한 말로 운을 띄웠지만

매니저의 본심은 딴 데 있었다.


이번 달 수강생이 7명이네요.
폐강인 거 아시죠.


당황했다. 이미 개강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어지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회원이 줄고 있네요.


일한 지 한 달 된 강사에게 무슨 기준으로 하는 말일까. 10명, 11명이던 수업이 7명, 13명이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센터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만두겠습니다.


가만 듣다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매니저도 당황한 듯했다.

그렇게 수입의 삼 분의 일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나는 프로 운동강사다.

고객의 반응은 나의 책임이다.

의견은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매니저는 조급했다.


앞으로 등록 인원과 폐강 여부에 안달하게 될 것 같았다. 여기서 좋은 수업을 하게 될 자신이 없다. 회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나누기는 어렵다. 그룹 수업의 본질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만족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이탈한 소수는 신규 유입으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충성고객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한다.

쉽게 대체될 있고, 쉽게 그만둘 수도 있다. 전문성이 없으면 쉽게 대체되고, 맞지 않으면 쉽게 그만둘 수 있다. 


나에게 Only ONE은 일하는 센터 개수가 아니라

오직 "내 전문성" 뿐이다. 


1이라는 숫자는 매우 위험한 숫자야. 세상에는 단순한 법칙이 있지. 한 사람만 섬기는 한 수입은 안정적이지 못해  샐러리맨은 자신의 고용주 한 사람만 섬기잖는가. 세일즈맨은 많은 고객을  섬기거든. 그래서 우수한 세일즈맨은 수입이 많아지기  마련이지.  

-비상식적 성공 법칙, 간다 마사노리


수입이 삼 분의 이로  나는 행복하다.

안 맞아도 참고 일했던 세월들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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