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들을 좋아해. 너무 추운 겨울날, 마음속까지 따스하게 해 줄 코코아 한 잔이라던가, 모닥불 대신 가스레인지에 구워 먹는 마시멜로라던가, 따끈따끈하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반으로 가르면 앙꼬가 잔뜩 보이는 하얀 찐빵이라던가. 무더운 여름날에 한 입 베어 물고, 입 속에서 여러 번 굴리고 나면 사르르 녹아드는 옥동자 아이스크림이라든가, 자꾸만 입에 넣게 되는 빠알간 과육이 살아있는 수박이라든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기에, 소중한 추억들도 참 좋아해. 이를테면, 전학을 온 지 얼마 안 된 날, 유온유(you on you)가 그대로 해석하면 ‘너 위에 너’라며 칠판에 크게 쓴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 덕분에 반 아이들 전체가 폭소를 터뜨렸던 그날의 기억, 중학생 때 짝사랑했던 아이와 이루어지지 못해 옥상에 올라가 혼자 노랠 틀어놓고 펑펑 울었던, 조금은 귀여운 기억, 여긴 나만의 아지트라며 빨랫대 밑에 초록 컵과 하얀 찐빵을 가지고 숨어들어 가 컵에 빵을 넣었다 뺐다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야금야금 빵을 먹곤 했던 어린 날 나의 상상들.
어쩌면 나는, 그런 것들이 좋은가 봐. 가장 쓸모없는 것 같지만, 가장 반짝거리는 것들 말이야. 쟁반만큼이나 둥글고 모난 곳이 없는 달도, 자꾸 줄어들어 가늘어져 버린 손톱달도 좋고.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하늘을 떠가는 조각구름, 햇살에 비쳐 반짝거리는 커다란 나무의 잎사귀,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거리거리마다 심어진 자그마한 들꽃, 가끔 내가 골똘히 혼자 생각에 잠기곤 하는, 놀이터의 그네를 비춰주는 밤길의 노란 가로등 불빛, 날 보면 ‘야옹’하고 반갑게 울어주는 검은 고양이의 목소리 같은 것들 말이야. 아, 나의 무용한, 무용한 것들. 그래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가끔은 눈물이 고이게 해주는 것들.
오늘 한 번 다시 둘러보게 된 내 방도, 자그맣고 소소한 것들 투성이더라.
쌓여있는 책들과 방문 앞을 장식하는 4천 원짜리 어바웃타임 포스터가 참 예쁘더라. 방 좀 꾸며보겠다고, 낑낑대며 산, 한쪽 벽을 가득 메우는 갈색 체크무늬 커튼과 검정 책상, 검정 행거. 그리고 하얀 수납장, 회색 책장, 크기도, 색도 다른 액자 다섯 개, 투명한 보석함, 조금씩 모아 완성한 귀여운 피규어들까지. 전부 직접 고르고 산 것들이기에 뿌듯해.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 그전에 줄 전구를 다시 매만지고, 방에는 예쁜 가랜드를 걸고, 스노우볼을 하나 사서 책상에 놓을까 해.
늘, 쉽지만은 않은 게 삶이지만, 가끔 방을 꾸미며 소소하게 기분전환 정도는 해도 괜찮아질 테니까.
그냥, 난 이래.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소소한 것들을 추억하고,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래. 글을 읽는 너도 너만의 소소함을 찾아보길, 그래서 더욱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