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Mar 18. 2021

태교 같은 소리하고 있네

클래식 대신 선배의 잔소리로 육성태교

아이를 임신 중 엄마의 정서적 안정과, 아이와의 태담, 클래식 음악듣기 등 소위 말하는 태교는 임신기간 중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워킹맘이였던 나는 안타깝게도 태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클래식의 부드러운 선율보다는 하루종일 회의나 동료들의 업무이야기로 가득 차야했다.

집에서 태교동화를 읽어주겠노라 인터넷에서 구매한 태교동화책도 침대에 앉아 호기롭게 읽기시작하면 다음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밤쯤 풀린 눈으로 좀비마냥 책의 페이지를 응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임신초기에는 입덧이라는 덫에 걸려 죽을뻔 했는데.. 먹지 못하는 입덧도 정말 괴롭지만 나는 먹어야 입덧이 멈추는 '먹덧' 이었다.

먹지 않으면 배 멀미가 난 거처럼 속이 우렁울렁 거리고 토할 것만 같았다.

과자와 젤리, 사탕 등을 책상 서랍에 한가득 넣어두고 근무시간 내내 혼자 야금야금.. 먹었다.

주변에서 임산부가 무슨 과자를 그렇게 먹냐는 핀잔을 들을때도 있었지만 당장 내가 죽겠는걸!


집으로 돌아오면 어찌나 피곤이 몰려오는지 밥을 먹고 그대로 뻗어자기 일 수 였다.


가끔 뱃속에서 아이가 태동으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려왔다.

먹덧의 후유증으로 살은 20kg이 넘도록 뿔어버렸고, 내 뱃살은 배가 불어나는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다 터져버렸다.

행복해야 하는 임신기간이 나의 터져버려 수박줄처럼 변해버린 배를 보고 있노라면 하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명창조의 길이 쉬운길은 아니라는걸 알았지만, 이렇게 까지 어려울 줄이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시 바쁜 업무를 맞고 있었던 남편은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나는 홀로 지내야 하는 날이 많았다.


임신우울증이 왔다.

무기력했고, 내 자신이 누구인지, 왜 내가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지 조차 이해 할 수 없었다.

뱃속아이에게 관심을 갖기에는 내 자신도 관심이 너무나 필요한 상태 였다.


태교는 사치였다.


나의 부족함 속에서도 아이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고, 건강해 주었다.

지금도 난 아이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심하게 짜증을 내거나, 크게 아플때면 괜히 내가 뱃속에서 더 포근하게 품어주지 못한거 같아 그런건 아닐까.. 괜시리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를 가지면 티비에서 보는 것 처럼 마냥 행복하고 즐거울 줄만 알았다.

모든 이가 나를 축복해주고 나를 위해 모든것을 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태교? 아이고야...

먹고 살기도 힘든.. 내 몸뚱이 하나도 지키기 힘든 현실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