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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야 Nov 11. 2024

비행기, 좋아하시나요?

비행기의 기승전결

여행 중,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정말 다양합니다. 기차, 버스, 자전거, 비행기까지. 그중에서도 저는 비행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비행기만큼 다채롭고 역동적인 감정을 주는 교통수단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떠날 때와 돌아올 때의 기분이 다르고, 이륙, 순항, 착륙 과정마다 느껴지는 감정도 다채롭죠. 하늘을 높이 나는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실제로 기압 변화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더라고요.


이번 글에서는 출국 비행기의 이륙-순항-착륙, 그리고 귀국 비행기의 이륙-순항-착륙을 통해 느꼈던 감정들을 중심으로 묘사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공감하실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륙 - 자유와 해방

이륙을 위해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 순간,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유를 느끼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때의 각도가 롤러코스터와 비슷해서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밖으로 멀어지는 관제탑과 공항 청사, 작아지는 건물과 도로들을 보며 묘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나를 짓누르던 의무와 비교로 가득한 땅이 멀어지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은 점처럼 작아졌고, 우리 눈에는 웅장한 산맥과 끝없는 바다 같은 자연의 작품만 남았습니다.



순항 - 안정과 판타지

순항에 들어선 비행기 옆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만 존재합니다. 이때 저는 아주 큰 안정감을 얻는데요. 비행기 운전 중 가장 위험한 이륙도 무사히 마쳤고, 이제는 비행기 안에서 편안 시간만 보내면 되기 때문이죠. 공항에서는 체크인, 수하물 접수, 출국심사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몇 시간 동안은 비행기 안에서 자거나 먹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며 쉬면 됩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여행지에서의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이때가 과거와 미래로부터 자유로워져 현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 안정감은 디지털 디톡스 덕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연락과 인터넷에서 차단되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죠. (물론 요즘은 기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요…) 

구름도 큰 역할을 하는데요. 휘핑크림 같은 질감이 몽실몽실한 기분을 더해줍니다. 구름이 머리 위가 아니라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판타지 세상에 들어온 듯합니다.

 

착륙 - 불안, 안도, 기대

안전벨트 표시등이 켜지고 비행기는 앞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소음은 커지고, 흔들림은 심해지죠. 이때 우리는 '생존에 대한 위협'에 '미래에 대한 걱정'(입국심사, 숙소 찾기 등)이 더해져 극심한 불안을 느낍니다. 

안전벨트 등이 해제되고 나서야 불안은 사라지고, 안도감과 함께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납니다. 그렇게 짐을 챙겨 비행기를 빠져나오면, 낯선 온도와 습도에 당황한 것도 잠시 서둘러 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 통로를 빠져나갑니다.



다시 이륙 - 안도와 여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의 기분은 또 다릅니다.

제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안전벨트를 맨 순간, 우리는 미션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저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 같은 거죠. 그러면서 한 가지 다른 점은 '여운'이라는 감정입니다. 여운의 깊이는 여행지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감정들로 가득했을 경우, 멀어지는 도시를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 같은 생각이 떠오르죠.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까지 들으면, 멀어지는 도시의 모습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시 순항 - 정리

물론, 피곤해서 바로 잠들거나, 옆에 일행이 있으면 여운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비행기를 타는 걸 좋아해요.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에요. 이륙이 성공하고 나면, 책상을 펼쳐놓고 여행일기를 쓰곤 합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일기를 쓰고, 기내식을 먹고, 기내의 건조함과 싸우다 보다 보면 비행기는 다시 착륙할 준비를 합니다.



다시 착륙 - 복잡하고 무거운

입국할 때의 착륙은 출국 때보다 조금 더 무겁고 복잡해요. 익숙한 곳에 돌아왔다는 안정감,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동시에 밀려오기 때문이죠. 상공에서는 낮았던 기압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몸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한 몫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착륙 방송을 듣고 나면, 여행을 마친 뿌듯함이 함께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수하물을 찾으러 가는 길에 피로가 몰려와 감정을 신경 쓸 여유조차 사라집니다.



비행기의 기승전결에 따라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여러분도 비행기를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여행 중 어떤 교통수단을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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