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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행생활자 Oct 05. 2022

창구에만 앉으면 나에게 신이 내리나.

소개팅남들을 은행 창구에서 만나고 싶다.

개인대출을 한창 담당할 때, 나와 옆 선배님은 가끔 내기 아닌 내기를 했다. 나도 고객님과 상담 중, 선배님도 고객님과 상담중 일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대출 번호표를 뽑을때. 그리고 그 분이 찬찬히 우리쪽으로 다가오면, 저분이 왜 왔는지 맞추는 것이다. 물론 메신저로 말이다.


"전세" "주담대" "신용" "(새희망)홀씨" "사업자"

정말 희안한건 개인대출 외길 5년이 넘으신 나의 선배님께서는 80% 이상을 맞추시고,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2년 가까이 되었던 나는 50% 정도는 맞춘다는 것이다. 아니 물론 찍어도 20% 정도의 정답 확률이라서 놀라울거 없다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말한다면 뭐... 사실 또 그렇기도 하다.




그럼 이건 어떨까. 그 고객님이 내 앞에 앉는다. 이 고객님의 방문 목적을 내가 맞췄는지 못 맞췄는지는 차치하고, "대출받으러 왔어요"하면 그게 어떤 대출이던간에 내가 첫번째로 여쭈는 것은 직업이다. 어떤 직업인지에 따라, 돈을 잘버는 직업인지 못버는 직업인지로 사람 차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크게 근로소득자인지 사업소득자인지에 따라 소득 판단 방식이 달라지고, 또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신용대출 상품은 달라지니까 그저 업무상 필요해서 물어볼 뿐이다.


근데 또 희안한것은 정말 신이 내리는 것처럼 "안녕하세요 어떤거 도와드릴까요?" 하고 한마디 건네고, 상대의 입에서 그 답이 한줄로 돌아왔을 뿐인데 머리 속에 몇가지의 특정 직업이 스쳐 지나갈때가 있다. 그리고 그 직감은 정말 90%가 맞는다.


불행하고 안타깝게도 나의 예상이 적중했을때, 그 조심해야하는 몇가지의 직업 일 때 말한마디를 조심해야 한다. 내 말꼬리를 잡기도 하며, 당신이 파악하고 있는 사실과 다를때 나를 쥐잡듯이 잡기도 하며(95% 이상의 경우 내가 맞으며, 그 틀린 정보의 근거는 대부분 블로그와 유튜브다), 같은 직업군의 당신의 지인은 금리가 4.5% 쓴다고 해서 여기를 왔는데 왜 당신에게 5.0%라고 하냐며 나에게 버럭화를 내기도 한다.




사람을 직업으로 판단하면 안되고, 직업을 색안경 처럼 활용하면 안된다고. 사람을 볼때 선입견을 가지면 안된다고.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너무나 당연했던 사실이었던 과거가 그렇게 까지 오래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많은 선입견들을 장착하고 고객을 대한다. 그 몇가지 중 가장 큰 것이 직업이다. 그냥 그 특정 직업군에 몇번 당하면 알아서 장착되어버린다. 이러한 나의 선입견은 창구에서 나의 생존본능 같은 거라고 할수있다. 직감적으로 "아... 이 분 ㅇㅇ네? 조심해야지"


사실 근데 안좋은것만 자꾸 써서 그렇지, 딱 첫인사, 뭐하시는지 여쭸을때 나오는 말투와 표정만 보고 "괜찮은 사람이군(괜찮은 고객은 아닐수도 있음)"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것도 또 거진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이건 선입견이라기 보다 생존본능 같은 것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비가 올것 같으면 꿀벌이 벌집으로 숨어들듯, 천적이 저 멀리서 다가온다고 느껴질때 동물들이 보호색을 띄는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끔 소개팅 하는 남자들을 은행 창구에서 만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다. 통장거래 내역이나 연봉따위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파스타 먹으러 마주 앉아 있을때 보다는 아무래도 은행 창구에서 마주 앉아있을 때 나의 판단력이 못해도 +50은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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