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 하얀 남산

서울 한복판에서 새하얀 겨울왕국을 만나다

by Stella

겨울은 언제나 춥고 힘든 계절이고 눈이 오면 미끄러운 길을 뒤뚱뒤뚱 걷는 폼이 꼭 펭귄처럼 보일 것 같아서 외출을 삼가하기에 설경을 보기 위해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 내 생활의 키워드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안해본 짓 하기'자나. 평소 안했다면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으로 정한 행선지는 자주가서 익숙하고 관리도 잘 되어있는 남산이었고, 나의 예상과 기대는 여지없이 맞아들었다. 420번을 타고 국립극장 정류장에서 내렸다.


늘 그렇듯 대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깊은 산골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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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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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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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힘들다면 국립극장앞에서 버스를 타고 상당히 높은 지점의 전망대까지 올라올 수 있으나 거기서부터 팔각정까지는 짧지만 급경사 길을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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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만 해도 눈발이 날렸는데 팔각정에 도착하자 눈이 그치고 간간히 맑은 하늘과 햇살을 볼 수 있었다. 기온도 아주 낮은 편이 아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계속 올라왔고 관광객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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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 앞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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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 근처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너무 많지 않았고 날씨도 온화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느긋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이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을까?


내려오다가 이번에는 북측 순환로로 들어갔는데, 팔각정이 관광지라면 이곳은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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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남산타워로 곧장 올라가는 계단도 있다. 계속가면 남산쪽으로 돌아가기에, 나는 중간에서 필동 방향 계단으로 내려와 중무로 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명동에 가니, 마치 깊은 산길을 걷다가 문명세계로 회리릭! 떨어진 기분이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양옆으로 늘어서서 관광객을 유혹하는 중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걷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라 대충 둘러보고 귀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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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를 겨우 뚫고 을지로입구역으로 가니, 바로 앞에 가격이 엄청 착한 붕어빵이 보였다. 나이드신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인데, 요즘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1천원에 3개! 잉? 내 앞에서 붕어빵을 사던 남자분이 이렇게 싸게 파시면 남는 게 있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그래야 사러 오지!라고 대답하신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입에 넣어보면 재료의 퀉리티가 딱 나오는데, 오 마이 갓! 이건 재료도 좋은 것을 쓰는 것 같았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다음에 가도 사먹고 싶다.


이렇게 뚜벅이 마녀 아줌마의 평온한 2023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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