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나에게는 친구와도 같은존재 들어도 좋지마는 부르는게 더신난다 식구들 괴로워해도 끊을수가 없다네 지난해 가을 한참 빠져있던 나의 일상 중 하나를 시조로 담았다. 이 시조를 짓고 얼마나 뿌듯해했던가. 난 시조 짓기 달인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혼자 한껏 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시조를 짓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내가 속한 밴드에서 시조 짓기를 해서 잘한 사람을 뽑아 송년회 때 상을 준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에게 크게 보이는 글자는 ‘상’이라는 글자보다도 ‘시조’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시조라.... 시조라.... 한참 그렇게 날을 보내고 밴드에 올라온 한 작품 한 작품을 보다 보니.... 해보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에 한 개 두 개 짓다 위의 작품(?)이 나온 것이다. 시조라는 것이 3장 6구 45자 내외를 맞추면서도 나의 진정성이 보여야 하는데, 난 이 두 가지를 잘 담았다 혼자 칭찬하며 미소 짓던 때였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방역단계 상향으로 송년회는 하지 못했다. 고로, 상은 없었다. ^^;;;) 그렇다 가을 내내 뜬금없이 생각나는 데로 난 노래를 불렀다. 퇴근해서 애들 밥 먹이고, 설거지하기 전 잠깐 쉬어야지 하며 시작한 것이 10시 경이되어버려 부리나케 설거지할 때도 있었고..... 흘러나온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옆에서 군불 지피듯이 노래를 말없이 바꿔주는 남편 덕에 11시가 넘을 때도 많았다. 그때는 우리 아들들의 취침 시간이 지날 때인지라 아들들은 내심 엄마의 노랫소리가 썩 듣기 좋지 않더라도, 그때까지 놀고 있어도 되니 암암리에 모른 척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때 보다도 힘든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가을 내내 마음속에 무언가를 어디다 하소연도 제대로 못하고 헤매었었다. 그러다가 문뜩 어떤 노래가 떠오르면 10번이고 20번이고 잘할 때까지 불렀다. 그것만으로도 그냥 좋았다. 남편은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음악을 선곡하며 자기 핸드폰에이런 음악이 있었다며(분명 자기가 저장을 했을 텐데) 감동을 한다. 그렇게 흘러나오던 음악 중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싶으면, 귀가 안 좋은 나는 스피커 앞에 앉아 조용히 핸드폰 가사를 검색해서 따라 부른다. 그럼 큰아들이 말없이 윗 층 방에서 마이크를 가져다준다. 그걸 보던 남편은 그런 나를 답답해하며 TV를 틀어 유튜브 채널로 노래방 가사를 검색한다.(믿거나 말거나 그때까지 나는 TV에 그런 기능이 있는지 몰랐다.) 그렇게 한곡 두곡이 두 시간을 넘길 때가 많았는데, 그렇게 하루하고 나면 이삼일은 족히 조용히 보냈다. 마음이 가득 찬 이유이기도 했지만, 체력이 남아나질 않으니까. 워킹맘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평일에 더 했던 거 같다. 그러니 체력이 바닥을 칠 수밖에... 그렇게 지난해 가을을 보냈다. 요즘엔 마음이 많이 진정이 되었는지,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건지 노래 안 부른 지가 꽤 됐다.이 글을 쓰며 갑자기'오늘?'하고 확 마음이 동하지만, 하필 오늘야근이어서12시 넘어 들어오니 자동제어 장치가 생긴 셈. 자는 아들들을 깨울 수는 없다. 미친 엄마 되기 전에 자제 하자. ^^ 지난해 가을, 내가 아파트에 살았다면 어떻게 그 마음을 달래며 보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낀다. 노래 없이 마음에 요동치는 것을 무엇으로 잡았을까? 새삼 이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창문만 닫으면 안에서 무엇을 해도 밖은 조용하니 말이다. 밤이면 밤마다 괴성이 흘러도 묻어주는 우리 집! 정말 감사하고 미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