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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05. 2023

회사를 위해 마시는 술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혼밥 할 때 종종 마시는 맥주


"선배는 진짜 대단해요."


어느 봄날, 후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취재를 위해 일주일에 다섯 번씩 저녁 미팅을 갖고 내 개인 술자리는 자제하는 모습이 프로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런가?" 싶은 생각은 곧이어 "그렇네?"로 바뀌었다. 내 삶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기 힘들었다. 


언제부터인지 그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저녁 미팅이 끝나면 집에 그냥 들어가기 싫어졌다. 무엇이든 내가 먹고 싶은 걸 하나라도 먹어야 기분이 풀렸다. 편의점에 들러 초콜릿이나 삼각김밥이라도 하나 사 먹어야 내 인생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내게 있는 기분이 들었다. 주말이 되면 배달앱을 켜고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잔뜩 시켜 쌓아 놓고 먹었다. 



저녁 미팅과 밥


외부와 미팅을 하는 날은 일주일에 5일. 만약 점심과 저녁 미팅을 꽉 채운다면 최대 일주일에 10번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미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기자도 있다. 나 또한 취재원 만나는 걸 즐거워하는 편이긴 하지만 밥 먹는 것 자체는 꽤 고역이었다.


미팅 때마다 맛있는 걸 먹기는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곧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팅 자리에서 먹기 좋은 음식은 정해져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호불호가 갈리거나 분식류라 그 자리에서 먹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저녁 미팅 자리에서는 주로 소주를 마시기 때문에 메뉴가 한정적이다. 고기, 회, 주꾸미, 전, 족발 등 비슷한 음식을 계속해서 돌아가며 먹었다. 국장은 회를 참 좋아했다. 그 때문에 국장과 가는 술자리는 언제나 횟집이 미팅 장소였다. 바다 마을이 고향이라 회를 참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회를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됐다. 회가 너무 싫어 집에 가는 길 억지로 속을 게워낸 적도 있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과 밥 먹고 싶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잦은 저녁 미팅에 대한 반발은 강박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뭐라도 사 먹어야 했고, 주말이 되면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했다. 


집에 와인을 쌓아놓고,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위스키를 사고, 저녁 미팅이 없는 날에도 친구들을 불러내 소주를 마셨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에 6~7일 술을 마시게 됐는데 그럼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만 술을 마시기에는 너무 억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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