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끝내 전하지 못한 말>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by 구정훈

Part 2. 이별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서 들려오는 것들'


사랑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낸다.
함께했던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 그녀가 사라진 이후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가 떠난 자리엔 침묵만이 남았다.

그 침묵은 끝내 말하지 못한 무게로 방 안을 채웠고, 남겨진 그녀의 흔적만이 기억의 표면에 얇게 스며들었다.


그때의 감정은 여전히 나를 향해 되돌아온다.
사랑이라 믿었던 그녀가 스쳐 지나간 그 방 안엔
멈춰버린 감정의 잔류만이 무겁게 자리잡았다.




말하지 못한 순간들이
우리를 멀어지게 했다.


묻지 않고,

대답하지 않고.


사랑은,

이해라는 이름 아래
조금씩 꺾여갔다.


남은 건,

전하지 못한 말들과
흩어진 마음뿐이었다.





<끝내 전하지 못한 말>


목에 걸린 말이 있었다.
몇 번이나 떠올랐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시간을 멈추게 한 말.


‘가지 마.’


이 말 한마디를 끝내 삼켰다.

자존심이 그 말을 틀어막았다.
집착으로 보일까 두려워 침묵을 선택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까.
흔들리는 눈빛과 입술 끝 내 망설임을.
그녀는 시선을 피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떠났고, 나는 침묵을 남겼다.
침묵은 끝내 가장 긴 고백으로 남았다.


삼켜진 말은 어디에도 닿지 못했고
남겨둔 말들은 여전히 내 안 어딘가를 떠돈다.
마치 끝나지 않은 문장처럼.


그녀는 멀어졌고 시간은 흘렀지만
말하지 못한 감정은 더 또렷해졌다.


그녀에게 닿지 못한 말이
내 시간을
영원 속에 묶어두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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