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중에서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그런데,
그 다정함이 내 안을 조여 온다.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고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괜찮아?"
아니,
바로 그 다정함 때문에
고개를 들 수도
눈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
가슴 안쪽이 계속 쿡쿡 찔려온다.
괜찮냐고 물아보는 말은
마치, 누군가 손끝으로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들려온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말도,
이 아픔을 설명해 낼 수 없었고
어떤 침묵도,
이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다정함은 때때로 잔인했다.
고통에 달라붙어 더 깊숙이 파고든다.
숨을 들이쉴 땐 가슴이 아팠고
내쉴 땐 눈물이 흘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었다.
‘괜찮아?’
그 말은 위로였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숨을 끊는 칼날이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고개를 가로저을 수도 없었다.
가끔은,
사람의 다정함이
세상에서 가장 아프다.
어루만지려는 그 손길이
상처를 다시 찢는다.
그럴 땐,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지나가기를
그저 지나가기만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꺼풀 너머로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를 위로하려 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나를 더 아프게 한다.
살다 보면,
다정함조차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있다.
때로는,
위로받는 것조차 힘겨운 고독의 시간에 머문다.
이해받고 싶으면서도,
이해받는 순간
더 깊이 아파지는 역설 속에서
나는 결국,
이 고통을 스스로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는,
그 다정함을 따스함으로
다시 느낄 거라는 희망을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숨겨본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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