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말끝에 스친 숨결 짧게 머물다 사라진 표정의 잔상과, 무심한 눈길 뒤편에 숨어 있던 그림자까지.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 마음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끝까지 믿고 싶었다.
그러나 어떤 진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얼굴을 드러냈고, 어떤 마음은 침묵의 골짜기 어딘가에 머물렀다.
'그녀의 마음이 멀어진 이유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늘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끝내 알 수 없는 진심 사이에서 나는 자꾸만 흔들렸다.
‘혹시 그 안에 내가 없는데, 나 혼자만 사랑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불균형이 두려웠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기다림이라고 믿었다.
모두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 곁에 어떤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숨긴 건,
그녀의 마음이 나를 떠나고 있다는 진실을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뒤,
더 이상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을 헤아릴 힘도 내가
왜 이 자리에 남았는지도 더는 묻지 않았다.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곁에 머물려했던 마음은 결국,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던 나의 망설임이었다.
사랑은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받지 못해도 곁에 머무는 결심이다.
끝내,
다 알지 못하면서도 곁에 남았던 건,
그녀의 뒷모습이 남길 그림자를 감당할 용기가 내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곁에 남고자 했던
나의 간절함과 두려움
그 모든 흔들림의 기록이다.
그리고,
저물어가는 저녁빛처럼
서서히 사라져 간 마음의 잔상이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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