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그리움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by 구정훈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은 모두 지나가 버렸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사랑이 떠난 자리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마음 하나가
가슴 한편에 가라앉아 있었다.


"잊어야 해."
"시간이 해결할 거야."


하지만 내 마음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틈만 나면 고개를 들었고 ,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마음에
작은 파문을 남겼다.


그것은 그리움이었다.


사진을 지우고 기억을 덮어도,
마음은 자꾸 그녀가 있던 자리로 흘러들었다.


그것은 그녀만을 향하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웃던 순간들,
음악을 따라 부르며 고개를 흔들던 시간들,
잠들기 전 나에게 건넸던 낮은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이 삶의 일부처럼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내가 하루를 살아내던 숨결 같은 것이었다.


그리움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 어딘가에 고여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움은 잊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움은 완성되지 못한 사랑이 남긴
기억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그리움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감정이다.


함께 살아냈던 시간처럼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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