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아직, 감각이 남았다>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by 구정훈



혼자 남았을 때,

가장 먼저 비워지는 건 마음이었다.
하지만 가장 늦게 반응을 멈춘 건 내 몸의 감각들이었다.


이별은,

몸에 내 몸에 남겨진

반응과도 하나씩 멀어지는 과정이었다.


이성은,

내 곁에 그녀가 머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 몸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반응하고 있었다.


아무도 기대 주지 않는 팔의 헛헛함이
길을 걸을 때마다 텅 빈 무게처럼 따라왔고, 시선은 방향을 잃은 채 허공에 멈췄다.


밤이 되면 차가워진 내 몸은
따뜻했던 그녀를 더 그리워했다.
내 몸의 감각들은 습관처럼 남아
닿지 않는 그 자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에 따라 올라가던 내 입꼬리,
어깨에 닿을 때마다 기울어지던 몸,
눈빛이 스칠 때마다 편안해지는 마음.
그녀에게 중독된 내 몸은 아직 그 감각을 잊지 못했다.


그녀가 쓰던 향수 냄새와 비슷한 향기가

스치기라도 하면 멈추는 발걸음.

함께 듣던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며 멍해지는 눈빛.


의식이 지나친 것을 ,

내 몸의 감각은 조그만

흔적에도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이성은,

이제 그만 그녀를 잊으라 말하지만,


내 몸은,

그 말에 순순히 응한 적이 없었다.


감각은,

그렇게 이성과 분리되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되새기고 있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길들여진 자신과도 작별하는 일이다.


나는 그녀를 떠나보낸 순간보다,
그녀가 없음에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몸의 감각을 회복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사라진 관계보다 오래 남은 것은
그 안에서 형성된 내 몸의 습관이었다.


감각은 감정의 궤적이 되어

내 몸 안에서 아직도

그녀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감정은 사라져도,
내 몸의 감각은 끝내 남겨진 채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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