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킨츠키를 아시나요>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by 구정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관계도 언젠가는 틈이 벌어진다
진정한 사랑은 상처를 덮지 않고
그 상처를 함께 바라보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틈이 생긴 자리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 깃든 마음까지 어루만지려는 손길.


끝까지 지켜야 할 사랑의 마지막 존엄은
바로 그 다짐 안에 있다.


사랑에 실패하는 많은 이들은
벌어진 상처를 외면한 채 설렘으로 덮고 기대로 감춘다.
하지만 외면한 상처는 결국
관계를 파괴하는 날카로운 조각이 된다.


한번 균열이 간 마음은
주고받는 말과 눈빛에도 어긋남을 남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던 마음이
말하지 않으면 닿지 않고
마주 보던 시선은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멀어지는 마음 앞에서 나는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깨어진 마음도 의지만 있다면
‘킨츠키’처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으리라고.


일본의 도자기 복원 기법 ‘킨츠키’
깨진 그릇의 틈을 금가루로 메워 더 귀한 무늬를 만든다.


나는 사랑도 그런 손길이 닿는다면 멀어진 마음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은 반짝이는 무언가로 채운다고 완성되지 않았다.

가린다고 해서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되지도 않았다.


사랑이란 서로의 고통을 가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공유하려는 선택이다.


사랑이 가장 고귀해지는 순간은
깨진 자리를 감추려 애쓸 때가 아니라
그 틈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려 할 때다.


기대를 채우는 것보다
부족함을 견디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니까.


사랑은 완성된 채 다가오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고 끝까지 마주 보려는 두 마음이 있었을 때
비로소 사랑이라 불리며 완성할 자격을 얻는다.


상처는 부끄러운 자국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 붙이려 애쓴 흔적이다.


금이 간 틈 위에라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남기는 것.


끝까지 견디며 버티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은 대체 무엇으로 완성될까.


#9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098182


514724226_24017906517829039_4804026306294094457_n.jpg


keyword
이전 21화2-10 <아직, 감각이 남았다>